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
지난 4월 17일 자 필자의 칼럼 '코로나19 참전에 나선 글로벌 슈퍼컴퓨터들'에서 코로나19 관련 연구에 슈퍼컴퓨터의 다양한 활용 사례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슈퍼컴퓨터의 활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구조 분석과 같은 기초연구,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코로나 감염 경로 파악과 같은 환자 관련 연구다. 이 중 유전자정보 기반 백신 설계, 치료제 후보물질 탐색 등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슈퍼컴퓨터가 가장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효율적인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을 위해선 기초연구가 중요하다. 12월 1일에 딥마인드에서 지난 50년 묵은 숙제인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풀었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러한 슈퍼컴퓨팅 기반 기초연구 덕분에 앞으로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도 일대 혁신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코로나19 관련 각국의 대응과 우리나라의 대응에 대해서 살펴보자. 미국은 지난 3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과 IBM 주도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산·학·연·정 협의체인 '코로나19 고성능컴퓨팅(HPC) 컨소시엄'을 발족했다. 현재 43개의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난 7월에 필자가 속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42번째로 합류했다. 컨소시엄은 코로나19 관련 연구 제안서를 상시 접수하고 있으며 접수 즉시 신속한 심사를 거쳐서 일주일 이내로 제안서 선정 작업을 마친다. 지난 3월부터 현재까지 190여개의 제안서가 접수됐으며 이 중에 92개의 과제가 선정돼 컨소시엄 슈퍼컴퓨터 자원이 할당됐다.
유럽은 지난 3월부터 EU 첨단컴퓨팅협의체(PRACE)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패스트트랙 제안서 접수를 통해서 연구자들에게 신속하게 슈퍼컴퓨팅 자원을 할당하고 있다. 현재까지 3회에 걸쳐 제안서를 접수했으며 매회 10개의 과제만 선별해 현재까지 총 30개의 과제가 선정되어 PRACE 슈퍼컴퓨터 자원을 할당했다.
한국도 지난 4월부터 KISTI에서 코로나19 관련 연구제안서를 상시로 접수받고 있으며 10개의 과제에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 자원이 할당됐다. 11월 초에 미국 HPC 컨소시엄에서 선정된 과제를 누리온이 지원함으로 현재까지 총 11개의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컨소시엄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은 KISTI 기관 차원에서만 대응하고 있어 지원하는 슈퍼컴퓨터의 수와 규모 면에서 미국과 유럽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 기작과 확산 방식, 치료제와 백신 개발 등을 신속하게 수행하는 과학적 연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이러한 연구에 필요한 개발 시간과 비용을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더군다나 감염병 연구의 안정성 문제 때문에 컴퓨팅 기반 모의실험(시뮬레이션)은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도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감염병 대응 관련 연구 촉진을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적 지원에 대해서 고민할 시점이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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