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정치부 기자 |
어떤 알고리즘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전 정권 당시 청문회를 우연히 봤다.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가 느닷없이 눈앞에 펼쳐졌다. 손혜원 전 의원이 재계 인사를 대상으로 질타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옆 20대 국회의원이었던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스쳐 지나갔다. 손 전 의원의 질의 이후 박 장관으로 카메라가 돌아갔다. 더는 보기가 어려웠다. 영상을 종료했다. 당시 청문회를 생중계로 봤을 때의 시원함보단 불편함이 몸을 휘감았다.
박 장관이 최근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내뱉은 발언이 때문일까.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기부 종합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황운하(중구) 의원이 세종 이전에 대한 생각을 묻자 박 장관은 이렇게 대답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옛말이 있다." 세종 이전 당위성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라.' 좀 더 겸손했어야 했지 않나 싶다. 이 말을 직역하면 이렇다. 새 술을 담그면 가죽 자루에 담아서 보관했다. 자연발효가 되면서 먹기 좋게 된다. 자루가 부풀어 오른다. 부풀고 딱딱하게 된 가죽 부대는 더 이상 술을 부어봐야 발효가 안된다. 그럼 봉제선이 터지면서 불이 샌다. 그래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어야 한다.
이 말은 곧 더 이상 대전이 쓸모가 없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중기부가 대전에 청으로 20년 전 내려와 시민과 함께 성장했고 부로 격상했으니 대전을 떠나야 겠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대전시 혁신도시로 새 출발하면서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 정책적으로 더 맞지 않겠느냐"라는 발언도 했다. 혁신도시 지정됐으니 중기부 이전이 뭐 어떠냐는 식이다.
문 정부 들어 독립부처로 격상된 중기부가 3년 만에 10조원 가량이 넘는 나랏돈을 만지는 기관으로 성장한 데는 박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청문회 스타의원으로 이름을 날렸고,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 여성 법사위원장까지.
다음 행보는 서울의 수장일지도 모르겠다. 최종 행보가 어쨌든 간에 내게 투표권이 있다면 글쎄. 쉽게 손이 갈까. 대전시민 모두 같은 생각이 아닐까. 방원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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