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 칼럼] 코로나 수능에 맞서는 청년 독자들, 끝까지 힘내라

  • 오피니언
  • 중도일보 독자위원회

[독자위원 칼럼] 코로나 수능에 맞서는 청년 독자들, 끝까지 힘내라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0-12-02 08:3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승선 교수
어김없이 수능의 날이 밝았다. 그대들을 위해 땅 위의 자동차 출근이 늦춰지고 하늘의 항공기도 잠시 날개를 멈춘다.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도 오늘은 뱃고동을 멈춰 여러분을 응원하리라. 누구는 격리된 시설에서, 몇몇은 치료 중인 병원의 병실에서, 대부분의 응시생은 칸막이를 세워 공간을 이격한 교실에서 예까지 잔생이 따라온 지독한 코로나와 다시 맞서야 한다.

지금까지 이런 수능은 없었다. 지난봄, 개학했으나 교정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불쑥 날아든 징집 영장처럼 언제가 될지 모르는 등교를 통보해 줄 때까지 학생인 듯 아닌 듯 두동진 수험생이 됐다. 재도전을 준비하는 기숙학원에 스스로를 가두고, 전국 각지의 비좁은 '노량진 학원'에서 여윈잠을 자가며 한무릎공부를 했다. 그대들은 그 힘겨운 과정을 능히 버티어냈다. 시험장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그대들은 이미 크게 이루었다. 모두가 벌써 하나씩의 큰 산이 되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대치동 일타 강사의 기백만 원짜리 족집게 강의나 수천만 원의 스카이캐슬 일정관리 서비스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스터디카페와 동네 독서실을 전전하며 소리 낮추어 온라인 강의를 듣고 문제를 풀었을 것이다. 김밥과 컵반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더러는 피시방의 온라인 게임이 끌어당기는 은근한 유혹과도 싸웠을 것이다. 수능을 내년으로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솔솔 풍길 때는 밀려드는 무력감에 조부비는 나날이었을 것이다. 모든 일상을 흐트러뜨린 뒤 정작 수험생을 옴짝달싹 못하게 동여맨 코로나 감염 확산에 왜바람 보다 큰 분노가 휘몰아쳤을 것이다. 수개월 만에 겨우 맞은 책상에 앉아 마스크 너머로 들숨과 날숨을 쉴 때, 교과서를 읽기는커녕 뿌옇게 가려진 안경알을 닦아내느라고 동동거렸을 것이다. 위로를 보낸다.

코로나 상황에서 아니 힘든 사람이 누가 있으랴만, 올해 수능을 치르는 여러분은 이전과 전혀 다른 새롭고 전면적인 융복합문화의 첫 세대가 됐다. 그대들은 물리적 코로나를 견디었을 뿐만 아니라 비대면과 대면이 혼종하는 '사회적 코로나'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자기관리 백신을 접종했다.



다른 이들에게는 없는 강건한 면역력이 여러분 정신에 새기어졌다. 그것만으로도 여러분은 강하고 다시 보아도 틀림없이 장하며 거룩하다. 모든 수험생 여러분에게 격려의 박수를 힘껏 보낸다. 공부한 대로 바르게 문제를 풀고 설령 모르는 문제를 만났더라도 정답이 여러분을 미쁘게 찾아오는 행운이 가득하기를 응원한다.

시험을 마치면 지난날을 반추하고 내일을 설계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수험생이었던 여러분의 조력자로서 친구, 가족, 이웃, 우리 사회, 특히 코로나라는 세기적 재난과 싸우는 의료진과 정책당국이 얼마나 멋진 공동체 구성원이었는가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재난의 희생자와 유족의 아픔에도 공감하는 여러분이 되기 바란다. 수험생들이 감염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일상을 멈추고 생계벌이를 줄이며 협력해 준 시민들을 잊지 않기 바란다.

지난 1년간 대면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감염과 재난안전, 성문화, 영상물, 개인정보, 도로교통 등과 관련한 법률이 대폭 개정됐다. 일상의 문화적 소양과 법규범의 취지에 충실한 멋진 청년들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읽는 습관을 포기하지 않기 바란다. 신문읽기를 권한다. 좋은 신문을 읽는 것은 시대의 길라잡이 스승을 만나는 일이다. 편견과 혐오에 오염된 허위 조작의 정보를 물리치는 힘을 신문 읽기를 통해 얻기 바란다. 시시각각 분초 단위로 SNS와 유투브와 넷플릭스의 영상 문화를 누리는 세대가 날마다 뉴스를 읽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읽어야 한다. 읽은 양이 많아지고 읽는 힘이 꺽지어야 영상시대에 최적화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읽는 습관을 잃어버리는 일은 틀린 답처럼 쉬울 것이나 되찾기란 고될 것이다. 잃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 여러분들이 눈 밝고 저장 공간도 무한하며 기억 활동도 왕성한 청년시절에 좋은 신문의 독자로 거듭나기 바란다. 수험생에서 신문 독자로, 위대한 변신을 응원한다. 수험생 여러분, 끝까지 힘내시라!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