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다윗과 골리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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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다윗과 골리앗

  • 승인 2020-12-01 15:55
  • 수정 2020-12-01 17:36
  • 신문게재 2020-12-02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행정산업부 차장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대결에 많이 쓰는 표현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세종시 이전이 그렇다.

다윗인 대전이 손에 쥔 것은 '시민의 민심' 하나다. 상대 골리앗인 중기부는 거대 공룡인 집권당의 실세 장관과 무소불위 권력 정점인 중앙정부를 등에 업고 있다.

중기부 세종 이전은 당위성이 떨어진다. 부처 간 소통과 협업은 궁색해 보인다. 현 대전청사와 세종청사는 물리적 거리가 크지 않다. 더욱이 비대면 회의 등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인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보면 중기부는 대전에 더 있어야 한다. 비수도권에 자리잡은 기관을 굳이 세종으로 옮길 이유는 없다. 이런 논리라면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이 세종으로 올 수도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해 순리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 허태정 대전시장과 면담에서 정 총리는 "중기부 세종 이전에 대해 정부 청사로 중앙부처를 모아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순리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방침"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세종 이전은 정부의 뜻으로 대전이 아무리 반대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들린다. 선후도 바뀌었다. 중기부 세종 이전을 먼저 이야기면서 지역 민심을 달랠 수 있는 대안은 제시하지도 않았다.

내후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음에도 대전시민의 민심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되면 뭐든지 하는 게 정치 논리인데 박 장관과 정 총리가 대전을 무시하지 않고는 이렇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전이 아닌 부산이나 대구, 광주라면 지역 민심을 등지면서까지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승자는 다윗이다. 돌을 든 왜소한 소년 다윗은 철기로 무장한 2m 거인 장수 골리앗을 물리쳤다. 다윗에게 필요한 것은 싸움에 나서는 이유와 용기였다. 다윗은 단 한 번의 돌팔매로 골리앗의 얼굴을 명중시켰다. 철저한 준비와 경험이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골리앗인 박영선 장관이 중기부 세종 이전을 강행할 때, 다윗인 허태정 대전시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은 싸움을 했는지 묻고 싶다. 허 시장은 물밑 작업을 했다고 하지만, 실세 장관과 중앙정부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는 전형적인 눈치 보기로 보인다. 오히려 대전시민들이 나서 고군분투했다.

싸움을 이길 전략도 필요하다. 중기부 이전 당위성에 목소리만 높일 것이 아니라, 행동 방식이나 대안 제시 등이 부족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허 시장과 지역 정치권은 '150만 대전시민'을 등에 업고 있는 만큼 용기와 전략을 갖고 중기부 세종 이전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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