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냇 킹 콜의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

  • 문화
  • 문화 일반

[나의 노래] 냇 킹 콜의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

  • 승인 2020-11-30 10:56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1278155836
게티 이미지 제공
이토록 달콤할 수 있을까. 이토록 애잔할까. 인생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어느 길로 가고 있나. 한 사람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라고 압축할 수 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통찰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진즉이 알고 있다. 냇 킹 콜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가 이루지 못한 사랑의 잔상을 불러일으킨다. 남녀의 사랑의 서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나른한 선율이 흐르고 사랑의 완성을 저버린 남녀는 회한과 괴로움으로 눈물 짓는다. 홍콩의 좁은 아파트 골목에서 어깨를 부딪히고 눈빛을 건네는 사이 모단(양조위)과 리첸(장만옥)는 감정의 파고를 예견한다. 번잡스럽고 스산한 홍콩의 밤거리에 낙엽이 뒹군다. 서로에게 향하는 격렬한 사랑의 징표를 모단과 리첸은 끝내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이 사랑의 본질인가. 인간은 사랑이라는 우주적 주제에 대해 다소 완고하다. 감추고 억누르고 도망가길 주저하지 않는다. 왕가위 감독의 사랑의 로망은 이렇게 완성된다.

냇 킹 콜의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는 '화양연화'를 위한 노래가 돼버렸다. 다가갈 듯 다가서다 뒤로 물러나고....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란 말도 '아마 아마 아마'란다. 딱 떨어진다.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안타까운 이별을 고하게 되니 말이다. 애틋한 감정만이, 괴로운 추억이 인생에서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절을 역설적으로 대변한다. '이렇게 나날이 지나가고 난 실망하고 당신은 당신은 대답을 하지 아마, 아마, 아마~.' 지적이고 감미롭고 나른한 목소리가 몽환적인 홍콩의 뒷골목을 배회하는 사람들의 쓸쓸한 모습을 따라간다. 사람은 후회하면서 산다. 그 중 사랑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은 고통스럽다. 인생의 뒤안길로 접어드는 계절, 가을에 잘 어울린다. '퀴사스 퀴사스 퀴사스'. 냇 킹 콜의 노래를 들으며 오랜만에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2.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3. 아산시가족센터 둔포분원, '둔포유(ForU)' 성료
  4. 순천향대, 'SW 명문중학교 만들기' 큰 성과
  5. 아산시, 2024년 응급의료 유공 최우수기관 표창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