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편집부 차장 |
올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났다'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많은 시간을 바이러스가 모두 훔쳐간 느낌이다. 두 아이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하다 보면 항상 시간에 쫓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까지 덮쳐 유치원과 학교에서 등원·등교가 중지되는 경우도 생겼다. 그렇다 보니 하루하루가 전보다 더 빨리 지나갔다. 또 바이러스가 일상을 어디까지 지배할 수 있는지 절실히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아이가 다니고 있는 유치원에서 '○○이의 빨강반 이야기'라며 그동안 원에서 활동한 사진들을 찍어 파일로 만들어 보내왔다. 몇 달 후면 졸업을 앞둔 7살 녀석이 대견한 마음에 사진첩을 확인했는데 이내 씁쓸함이 밀려왔다. 사진마다 온통 마스크, 마스크…. 봄 꽃씨를 심을 때도, 추석 때 한복 입고 예절 배우기를 할 때도, 배추를 뽑을 때도, 오히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진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아이 얼굴이 온전하게 나온 것은 겨우 한 장이었다. 병에 걸려 아프지 않으려면 꼭 필요하지만 마스크의 추억만 가득하다니 안타까웠다.
날씨가 추워지니 예상했던 대로 코로나19가 또 기승이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대로 급증했고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2~3월 1차 대유행, 8월 2차에 이은 '3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말 집에 머물러 줄 것을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확산세를 차단하지 못하면 12월 초에는 600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서는 이달에만 400만 명 넘게 감염됐고 17초마다 1명씩 사망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거리두기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우리도 '유럽급'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한다.
다시 마스크를 사서 쟁였다. 주말에도 집에 머물렀다. 언제 끝날지 모를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아직까지 최고의 백신이다. 진짜 백신이 곧 나온다지만 개인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확진자와 1시간 넘게 같은 차에 타고 있었지만, 마스크 덕분에 감염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이야기다. 불편하지만 나를 위해, 또 남을 위해 써야 한다. 하지만 1년 가까이 마스크와 함께하니 이제는 좀 벗고 싶다. 내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될 아이가 짝꿍도 없이 같은 반 친구 이름도 모른 채 1년을 보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어서 빨리 마스크를 벗는 날이 오기를….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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