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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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학예사

김희정 시인

  • 승인 2020-11-25 09:34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희정 시인
대전에도 시립 미술관이 있다. 전시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발품을 팔아서라도 달려가는 공간이다. 주변 풍경이 좋아 전시뿐만 아니라 산책로서도 일품이다. 코로나 19 때문에 문이 닫혀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좋지 않다. 하루 빨리 코로나가 진정이 되어 미술관이, 언제든지 들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전뿐만 아니라 다른 시나, 도에서 운영하는 미술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런 미술관이 있어 기쁘다. 미술관이 있으면 당연히 작품들이 있어야 하고 전시 역시 상시 준비된 모습을 볼 때 학예사들이 생각난다. 무엇보다도 우리 지역에 미술관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나 지역을 넘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감각과 풋풋함이 넘치고 중견 작가들의 작품은 깊이와 중후함으로 상념 한 점에 빠져들 만한 공간을 만든다. 이미 원로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은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다.

이런 생각을 뒤로하고 미술관에 가면 궁금한 점이 있다. 특히 소장 전이 있을 때나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있으면 더욱 그렇다. 미술관은 어떤 방식으로 소장품을 선정하고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1년 예산은 얼마나 쓰고 있는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미술관에서 근무하는 학예사의 역할은 어느 정도 주어지는지. 대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 시립 미술관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도.



미술관에 좋은 작품이 있어야 한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좋은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발품 파는 일이 학예사의 가장 큰 일 중 하나이다. 좋은 작가들을 섭외해서 전시하고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전시하는 것도 학예사의 몫이다. 학예사라는 직업이 막일과 다를 바 없다는 말도 한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소모된다는 뜻이다.

멋진 미술관을 만들기 위해 세계적으로나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도 미술관의 품격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작가 이름만 대어도 아는 작품을 소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앞에서 언급한 것 못지않게 의미가 있다. 전자와 후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미술관은 어떤 선택을 할까. 이럴 때 학예사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작가의 가능성을 보고 작품을 선택했을 때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은 실패할 확률이 낮지만, 작품 가격이 만만치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나라면 앞뒤 재지 않고 가능성 있는 작가를 선택하고 싶다. 알려지지 않는 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위험 분담이 있지만 말이다. 혹여 학예사의 결정에 작가가 부흥하지 못하더라도 학예사 입장에서 볼 때 그 시간과 고민이 작품을 보는 안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알려진 여러 나라 미술관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훌륭한 미술관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 속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작품을 고르고, 작가를 발굴하고, 지역의 미술관이라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해 관심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학예사라고 부른다. 미술관 이야기를 하면서 생뚱맞게 삼단논법을 빌어 말한다면 미술관은 첫째도 학예사요, 둘째도 학예사요, 셋째도 학예사라는 생각이다. 어떤 학예사가 미술관에 있느냐에 따라 그 미술관이 훌륭한 미술관이 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그러려면 학예사에게 그만한 힘도 주고 믿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것 없이 세계적인 미술관이 된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하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미술관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사람마다 삶을 즐기는 방식이 달라 무엇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공연이나 전시를 보면 다른 어떤 놀이보다 행복하다. 그중 미술관에서 노는 것은 으뜸으로 치고 있다. 그래서 학예사에 대해 이런 장황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희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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