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교육청 전경 |
25일 독자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교육청의 고교 신입생 배정 오류 문제로 피해를 본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청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이 지난 5월 기각됐다. 이와 별도로 진행한 행정소송은 1심에서 패소, 항소심은 행정심판 재결 직후 취하했다.
결국, 소송참여 12명의 학생들은 많게는 1인당 286만 원, 적게는 1인당 81만 원 상당의 소송비용을 부담하라는 법원의 최고장을 받았다.
이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교육청의 잘못으로 피해를 본 미성년자들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 11일 세종시 고교배정 1차 발표 오류에서 시작됐다. 세종교육청은 지역 평준화 후기고 신입생 2775명에 대한 배정 결과를 발표했지만, 국제고와 외국어고, 자율형 사립고 합격자 109명을 일반고에 배정하는 오류가 발생해 취소했다. 이어 발표된 2차 배정에서 1지망에 합격한 195명의 학생이 후 순위 지망 학교나 지망하지 않은 학교로 배정돼 논란을 빚었다.
당시 최교진 교육감은 재배정 결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 195명의 학생을 구제하겠다고 밝혔으나, 법률 검토 결과 이는 교육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해석되면서 구제 입장을 번복했다.
앞서 학생들에 소송비용이 청구된 사례는 또 있었다. '주상복합 교육환경평가서 승인처분 취소'를 취지로 세종시교육청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패소한 어진중·대성고 사례다. 민법상 공익소송 패소자에 환수의무 이행이 주어져 원고 학생 41명에게 총 532만 1270원의 소송비용이 청구됐다. 시교육청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신청했고,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당시에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지나치다. 교육감이 재량권을 발휘해 보듬어야 한다'는 의견과 '소송비용을 패소한 쪽이 비용을 내는 것은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원칙이며 학생들도 꼭 알아야 할 공부'라는 지적이 상충한 바 있다.
학부모 A 씨는 "교육청의 업무상 오류, 교육감의 대처 잘못으로 이 모든 문제가 시작되지 않았나"라며 "교육청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소송을 시작했고, 아이에게도 그것 자체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세종시교육청 소송규칙에는 상대가 재력 없을 때 또는 청구액이 과하다고 인정될 때, 그리고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소송비용을 청구하지 않을 수 있다"라며 "소송규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채무 면제 사유가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시 교육청은 소송비용을 받아내지 않을 경우 지방재정법·지방자치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16일 자로 법원에서 2명의 학생에 청구서를 보냈고, 나머지 학생들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고입배정 관련해서는 청원 채택을 한 바가 없고, 교육청이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고미선 기자 misuny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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