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근대교육의 기원을 찾아서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근대교육의 기원을 찾아서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 승인 2020-11-25 09:35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백낙천교수
백낙천 교수
다시, 대학은 신입생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입시철이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대학은 독자적인 건학 정신과 정체성을 가지고 교육 이념에 따른 시대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기원을 소급해 살펴보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적 상황과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야욕에 의해 서서히 세계 체제로 편입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근대화의 과정을 추진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했지만 동시에 민족사적 시련을 맞게 됐으니 이 시기는 아직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은 근대 한국 역사의 현장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 민족은 교육입국(敎育立國)의 기치를 내걸고 교육 기회의 균등, 교육 내용의 대중화, 민족주의 지향을 그 특징으로 하는 근대교육의 발걸음을 서서히 내딛게 됐다.

원산학사는 1883년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민관 교육기관으로 함경남도 원산 덕원부의 개화파 관리와 지방 유지들이 서당을 개량해 설립했다. 강화도 조약의 체결 이후 원산 일대에 일본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자, 원산학사는 덕원읍 지방 유지들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세운 근대적 학교로서 지방 유지들이 1883년 1월 덕원 부사로 부임한 정현석에게 학교 설립을 위한 도움을 청하면서 시작했다.

이에 1883년 8월 28일 덕원 부사 정현석은 정부에 학교 설립인가를 신청했고, 서부 경략사인 어윤중과 원산항의 통상을 담당하던 통리기무아문의 주사 정헌시의 지원을 받아 학교를 설립하게 됐다. 입학 자격은 덕원 근방의 나이가 어리고, 총민한 자제 또는 다른 읍민의 자제까지도 받아들였다.



육영공원은 1886년에 개교한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학교로서의 의의를 지닌다. 1883년 조미수호조약 체결에 대한 답례와 친선 외교 차원에서 미국에서 돌아온 보빙사절단(報聘使節團) 대표인 민영익의 건의와 함께 수행한 홍영식, 서광범, 변수 등이 주도하고 주한 미국공사관의 무관 포크 중위의 알선으로 설립이 결정됐지만 1884년 갑신정변으로 개교가 지연됐다가 1886년 7월 헐버트를 비롯한 미국인 교사 3명이 내한함에 따라 드디어 1886년 9월 23일에 학교 문을 열었다.

육영공원은 서양의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이고 교역을 위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영어 교육을 주된 목적으로 삼은 외국어 양성 기관으로서 출발했다. 육영공원은 정부 고관이나 그 자제만을 수용하는 신분적 한계와 공원 관리들의 운영비 유용, 정부의 재정 핍박 등으로 1894년 폐교됐다.

그런데 이 시기 조선의 독립과 신교육 보급의 주도적인 역할은 기독교계가 단연 돋보였다. 즉, 민족의 자존심이 훼손되는 어지러운 상황에서 조선의 황실 보호와 조선의 자주와 국권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한 축이 선교사들이었으며 이들은 교육을 통해 조선의 운명을 구원하고자 했다. 이 중에 대표적인 학교가 배재학당이다.

배재학당은 1885년 8월 미국 감리교회 파송 선교사인 아펜젤러 선교사가 정동에 있는 한옥 건물을 빌려 이 땅에 신학문을 개척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학교로서의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당시 배재학당은 무상교육이었고 기혼자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준 열린 교육을 통해 근대화의 길을 열었으며, 한문, 역사, 교리문답을 제외한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강의한 세계화 교육을 했다. 남녀 상하 귀천을 막론하고 교육의 기회를 주었다는 점과 교육 기회의 보편화를 추구하고 근대적 신교육을 지향하고 교육 내용의 근대성을 지녔다.

따라서 원산학사, 육영공원이 교육 과정의 한계와 입학생의 신분 제한 등의 전근대성을 지닌 것에 반해 배재학당은 근대교육 기관으로서의 당당한 위상을 지닌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으로서의 의의를 가진다. 19세기 후반 조선의 근대적 계몽을 활짝 열었던 배재학당이 우리나라 대학의 시작이었음이 새삼 떠오르는 지금은 바야흐로 입시철이다.
백낙천 배재대학교 인문사회대학 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란의 금속보호대 대전교도소 1년간 122회 사용… 기록누락 등 부실도
  2. 이철수 폴리텍 이사장, 대전캠퍼스서 ‘청춘 특강’… 학생 요청으로 성사
  3. 고교학점제 취지 역행…충청권 고교 사교육업체 상담 받기 위해 고액 지불
  4.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5.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전충청본부, 치매안심센터 찾아 봉사활동
  1. 서울대 10개 만들기·탑티어 교수 정년 예외…교육부 새 국정과제 본격 추진
  2. 세종 BRT예정지 미리알고 땅 매입한 행복청 공무원 "사회적 신뢰 훼손"
  3. "치매, 조기진단과 적극적 치료를" 충남대병원 건강강좌
  4. 새 정부 교육 국정과제 '시민교육 강화' 대전교육 취약 분야 강화 기대
  5. [세종 다문화] 군사 퍼레이드와 역사 행사, 다문화 가정이 느끼는 이중적 의미

헤드라인 뉴스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 5년간 11조 투입해 서해안 수소벨트 구축

충남도가 석탄화력발전소 밀집 지역인 서해안 일원에 친환경 수소산업 벨트를 구축한다. 도는 수소 생산부터 저장, 활용까지 국내 최대 수소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글로벌 수소 허브로 탈바꿈시킨다는 목표다. 김태흠 지사는 18일 서산 베니키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수소에너지 국제포럼'에서 19개 기관·단체·대학·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서해안 수소산업 벨트 구축 본격 추진을 선언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 지사와 제프 로빈슨 주한 호주 대사, 니쉬 칸트 씽 주한 인도 대리 대사, 예스퍼 쿠누센 주한 덴마크 에너지 참사관 등 500여 명이 참석..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불꽃야구, 한밭야구장에서 직관 경기 열린다

리얼 야구 예능 '불꽃야구'가 대전 한밭야구장(대전 FIGHTERS PARK)에서 21일 오후 5시 직관 경기를 갖는다. 18일 대전시에 따르면 이번 경기는 한밭야구장을 불꽃야구 촬영·경기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한 협약 이후 시민에게 개방되는 첫 무대다. '불꽃야구'는 레전드 선수들이 꾸린 '불꽃 파이터즈'와 전국 최강 고교야구팀의 맞대결이라는 예능·스포츠 융합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21일 경기는 수원 유신고와 경기를 갖는다. 유신고는 2025년 황금사자기 준우승, 봉황대기 4강에 오른 강호로, 현역 못지않은 전직 프로선수들과의..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추석 앞두고 대전 전통시장 찾은 충청권 경제단체장들 "지역경제 숨통 틔운다"

충청권 경제 단체들이 추석을 앞두고 대전지역 전통시장을 찾았다. 내수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역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한 캠페인을 위해서다. 특히 이번 캠페인에는 이상천 대전세종중소벤처기업청장이 취임 직후 첫 공식일정으로 민생현장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대전세종충남경제단체협의회(회장 정태희)는 지난 17일 오전 대전 서구 한민시장에서 '지역경제 활성화 캠페인'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이상천 중기청장을 비롯해 정태희 회장(대전상의 회장), 김석규 대전충남경영자총협회장, 송현옥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대전지회장, 김왕환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민생회복 소비쿠폰 2차 지급 준비 만전

  •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2025 적십자 희망나눔 바자회

  •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방사능 유출 가정 화랑훈련

  •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