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주 행정산업부 차장 |
중기부가 지난달 16일 행정안전부에 '세종 이전 의향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경제계 맏형 격인 대전상공회의소 회장단 6인(회장 정성욱, 부회장 유재욱·정상희·성열구·정태희·이승찬)이 성명서를 내고 중기부 이전계획 철회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게 전부다. 이 또한 전체 회원 목소리가 아닌 회장단 입장이다.
경제계를 대변하는 수많은 단체가 있지만, 묵묵부답이다.
지역 13개 경제 단체 구성된 대전세종충남 경제단체협의회는 현재까지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 현안 등 놓고 목소리를 내왔던 거와는 대조적이다. 이들 경제단체들이 주장한 협의회 성격이 한 달에 한 번 갖는 '모임'에 불과할 정도다.
침묵하는 명분도 부족하다.
대부분 경제단체들이 대전과 세종, 충남을 권역으로 하고 있어 이견이 갈린다는 이유다. 단체를 이끌고 있는 회장들은 이러한 이유에서 공식적 입장을 꺼리고 있다.
일부 단체 회장은 "중기부 세종시 이전 반대를 공감하면서도, 관할 구역이 대전시 한 곳만 있는 게 아니다 보니 한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뒤에선 "개인적으로는 중기부 이전을 절대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작 목소리를 내야 할 경제단체는 뒤로 숨을 꼴이 됐다. 그러는 사이 지역 사회는 중기부 세종시 이전에 더욱 들끓고 있다.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려는 자(중기부)와 잡으려는 자(대전)의 각기 다른 명분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유는 한결같다.
중기부는 사무공간 부족과 다른 부처와 원활한 협의를 이전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 2017년 7월 중기청에서 중기부로 몸집이 커진 만큼 내심 중앙부처가 한 데 모인 세종시로의 이전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는 말처럼 차관급 외청이 모인 정부대전청사에서의 업무는 급이 맞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중기부 세종시 이전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설립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대전 지역사회는 이러한 명분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중기부가 제기한 부처 간 협업과 사무공간 부족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대전청사에서 세종청사까지 30분 거리밖에 되지 않고, 이전기관 특별공급 분양 등 사리욕을 채우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는 등 연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이 내세운 명분은 조만간 행안부의 중기부 이전 관련 공청회에서 결론 날 것으로 보인다. 각자가 주장하는 명분은 공감한다. 다만, 큰 것을 얻기 위해 작은 것을 풀어줄 용기도 필요하다.
박병주 행정산업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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