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사진은 미술과 음악, 무용 등 기존 예술 영역과는 달리 전공자를 가늠하는 잣대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사진작가협회에 입회하고, 초대작가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모전 입상 가점(15점)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수많은 비리와 부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얘기다.
여기에 초대작가를 중심으로 경력은 없지만, 타이틀이 필요한 사람들로 소그룹이 형성되는데, 스승과 제자라는 특수성 속에서 '입상=봉투'라는 공식이 고착화된 셈이다.
한국사진작가협회 대전지회 소속의 한 회원은 "수년간 돈과 권위가 있는 사람이 해결사처럼 입상시켜주니, 제자 혹은 지인들은 그에 상응하는 돈을 건네 왔던 거다. 이들이 또다시 초대작가로 성장해 이 같은 사례를 악의적으로 혹은 당연하게 반복해오며 적폐가 쌓였다"고 꼬집었다.
사진공모전을 둘러싼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대전지회의 경우 2011년 대전시사진대전에서 작가협회 임원과 제자들이 수상을 싹쓸이해 논란이 됐다. 2019년 시전은 대상작 포토샵 논란과 1년 전부터 거론된 수상자 명단으로 뒷말이 무성했다. 올해 시전과 백제사진전은 포토샵 논란, 수상자 내정 등 뒤섞인 의혹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전국 단위로 범위를 넓혀보면 더욱 심각하다. 2010년 국내 최대 규모의 ‘대한민국사진대전’은 사진작가협회 간부가 특정 회원에게 상을 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아 구속기소 되는 사건이 있었고, 경남과 광주지회에서도 수상 여부를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사진작가협회 한 회원은 "초대작가가 되려는 것도, 돈을 받고 수상자 조작하는 것도 결국 돈 때문이다. 전국 사진공모전이 1년에 약 300개 정도 된다. 대상 상금이 100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다양한데, 서너 개만 받아도 천 단위가 넘는 상금을 쓸어간다. 상을 받으면 작가로서 명성도 올라가니, 뒷돈을 주고라도 수상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주 사진공모전 심사를 갔던 타지역 심사위원이 대전에서 온 심사위원이 수상자를 내정해 공모전을 싹쓸이해갔다며 전화가 왔다"며 "이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 단위로 부정비리 연줄이 이어져 있다는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화계는 사진공모전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예술인의 자존감은 지켜달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한 예술인은 "수상 여부를 가리는 대회는 부정과 비리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다만 반복되는 의혹에 대해 사진협회 차원의 어떠한 조치도 없었는가 묻고 싶다"며 "예술에 돈 냄새를 풍기며 자존심을 갉아먹는 가짜 예술인 행세로 도를 넘지 말아 달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박홍준 대전예총 회장은 "매우 안타깝다. 코로나19로 지역의 많은 예술인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사진작가협회의 부정 의혹은 예술인들의 자존감을 또 한번 꺾는 아픈 사건"이라며 "무기력에 빠진 예술계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강도 높은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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