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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원 박사 |
연일 코로나19 탓에 주눅이 든 생활의 연속이다. 이 와중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감찰카드로 윤 총장 망신주기에 나섰다는 지적과 윤 총장을 때리면 때릴수록 관심과 격려가 더 커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열심히 일하라고 임명했으면, 팔 걷고 도와줄 일이지 대체 이게 무슨 현상일까. 그때는 옳고 지금은 틀렸다는 것일까. 현 정권과 여당의 맘에 안 들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도 여지없이 몰매를 맞는 기이한 난국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과 반목의 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이를 불식시키거나 여타의 중재활동도 안 보인다. 윤 총장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도 침묵하고 있어 정치권과 지지층에서 서로를 탓하는 비난과 적대적 감정만 증폭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이 제대로 일 좀 할 수 있는 작업환경 개선이 시급해진 딱한 현실이다. 지금처럼 마냥 방치하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이전투구로 기록될 것이다.
대검 앞에 수백 개의 화환이 전달되는 진풍경이 펼쳐지더니만, 이번엔 법무부로 꽃이 배달됐다. 몸도 맘도 지친다는 추 장관의 실토 직후의 현상이다. 배달된 꽃 앞에서 추 장관은 노회한 정치인답게 사진을 찍어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전·현직 법무부 장관들을 우롱하는 근조 화환이 속속 늘어나고 있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우매한 기 싸움도 아니고 보기에도 민망한 해외토픽감이다.
천하를 놓고 다투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이라면 지켜보는 흥미라도 발동하겠지만, 이건 두 사람의 명분과 자존심 대결로 빠져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작금의 추세를 대충 정리해보면 진성일척(眞成一擲), 즉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쌍방 간의 승부수가 던져진 형국이다. 윤 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에 굴하지 말고 일해 달라는 문 대통령의 진심이 시나브로 흐릿해졌다.
검찰개혁을 방패 삼아 법과 제도의 명분으로 포장된 추 장관의 과도하고 불비례한 권한행사가 연신 쏟아지고 있다. 검찰개혁이 두 사람이 다툰다고 해결될 일일까. 법무부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것을 선보이고, 검찰은 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하는 기구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그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검찰의 존재가치와 중립성은 훼손되어선 안 된다.
어찌 보면 추 장관과 여당은 양호유환(養虎遺患),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는 대상으로 윤 총장을 적시한 것이다. 무엇이 껄끄럽기에 윤 총장을 이런 식으로 내치는지 국민은 직시해야 한다. 정치검찰 프레임을 내걸어 윤 총장을 축출하려는 여당과 추 장관, 그리고 청와대의 예정된 시나리오라면 덧붙일 말이 없다. 세상사가 그렇듯 상식과 정도를 벗어난 집단의 비이성적인 행위와 특정 목적의 사의(私意)가 지나치면 만사가 흐트러진다. 사의에 의한 오기와 두려움을 극복한 용기가 부딪치면 승산이 뻔하다는 것을 지난 역사를 통해 국민은 잘 알고 있다.
검찰개혁이 그렇게 절급했다면 문 대통령 임기 초부터 시작해야 마땅했다. 그 어떤 정권도, 정권에 밉보였다고 허구한 날 검찰총장을 사면초가로 내몰면 훗날 적폐의 일환으로 평가될 것이다. 권력은 불편하고 두려운 것을 제거하려는 속성이 있지만, 여당과 추 장관의 요구에 대응하는 윤 총장의 반응마저 정치행위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지극히 속 좁은 행위다. 윤 총장 의사와 상관없이 진행된 대선 관련 여론조사를 거론하며 당장 물러나라는 식의 추 장관 발언에 헛웃음이 나온다. 뜻 모를 몽니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여당과 추 장관은 좀 더 솔직해지길 당부한다. 이런저런 구실과 어설픈 명분을 내세워 윤 총장 흔들기만 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해임 여부를 당당하게 논해주길 권한다. 윤 총장 스스로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단 되기에 건네는 고언이다. 연일 불편한 해프닝이 쏟아지는 데, 청와대는 언제까지 마냥 지켜볼 작정인가. 방관과 침묵이 능사가 아니다. 문 대통령의 통합의 지도력과 결단력을 기대한다. 이래저래 법무부와 검찰 못지않게 국민이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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