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는 전국 단위의 사진공모전에서도 반복되는 고질적인 적폐로, 지역 예술사진계는 이른바 '말할 수 없는 비밀', '공공연한 진실'로 이번 사태를 일축하며 사진공모전에서 더 이상 예술적 가치를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의혹이 제기된 한국사진작가협회 대전시지회 주관 ‘대전시 사진공모전’과 ‘백제사진공모전’은 올해 5월과 7월 각각 치러졌다. 공모전이 끝난 지 5개월 이상이 지났지만, 공모전을 둘러싼 추문은 봉합되지 못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시전과 백제사진전은 비리로 연결돼 있다. 시전은 A 회원의 제자들이 대다수 수상했는데, 이미 짜여진 판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이를 지회장이 묵인(암묵적 동의)했고 예정된 결과대로 수상자가 입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백제사진전이 시작됐는데, 시전 입상자를 싹쓸이한 A 회원이 또다시 수상 내정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지회장이 논란이 커질 것을 우려해 거절했다. 그 후 백제사진전 대상작이 포토샵으로 짜깁기한 이른바 조작 사진이라는 것이 A 회원으로부터 밝혀지게 됐다"며 두 사건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제보자는 A 회원이 백제사진전 수상자를 임의대로 조정하지 못하자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을 문제 삼았다. 이른바 '공장(사진공모전 포토샵 작업을 해주는 곳을 이르는 은어)'의 실체를 공개했다. 그러나 시전 대상작 또한 이곳, 공장에서 작업한 작품인데 취소되지 않았다며 공정성도 문제 삼았다.
일부 대전사진협회원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부끄러운 민낯이 또 터졌다는 반응이다.
전화가 연결된 한 회원은 "사진공모전의 비리나 추문은 결국 돈, 명예를 갖기 위한 자들의 욕심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요 공모전에서 입상하고 가점이 15점이 되면 초대작가가 타이틀을 준다. 전국으로 심사하러 다닐 수 있는 지위를 얻는데, 수상 내정자에게 뒷돈을 받고 부정 심사를 반복한다. 대전은 물론이고 전국 몇몇 공모전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말했다.
다른 회원은 "포토샵 논란은 예술인의 도를 넘은 문제고, 수상자 내정 비리는 권한을 가진 몇몇 임원들의 선을 넘은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예총이나 대전시, 한국사진작가협회 본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한 중대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우경환 대전시 사진작가협회장은 들어보지 못한 얘기라며 일축했다.
우경환 지회장은 "백제사진대전은 2개의 작품을 합성한 것으로 밝혀져 상권을 취소하고 상금은 시에 반납했다.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서 일단락됐다"며 "다만 시전 비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공모전 비리와 부정을 뿌리 뽑고자 지회장에 출마했고, 3년 단임을 선언했다. 오히려 심사위원이 누구인지 알려달라는 청탁 전화를 받아본 적은 있다"고 말했다.
사진협회가 소속된 예총의 예산을 총괄하는 대전시 관계자는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제보가 있었다면 어떤 부분에서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이라며 "공모전 상금으로 지원되는 보조금 집행에 대한 부분이 투명하게 집행되지 않고 있다면 시 차원에서도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