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우 교수 |
그것은 연기의 흐름과 반대되는 삶일 것이다. 되는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살피며 사는 것이 아닐까? 끌리는 대로 막행막식(幕行幕食)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알아차리며 사는 것이다. 불자들이 말하는 성불 하세요라는 말이 내게는 어른이 되어가라는 말 같아서 좋다.
예술가는 종교를 갖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래도 한 번씩 듣는 성불하세요란 말이 나는 좋게 들린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착 없는 삶을 살아야 하고 교직에 몸을 담고 있는 나도 결연한 의지와 실천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어려운 데다가 인구수는 줄고 학생 수가 현저하게 줄고 있기 때문에 인재양성을 위해 애를 써야 하는 대학교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혜가 있어도 막행 하면 일을 그르치고 세상만사는 사람에게 달려있어 인재양성을 그래도 최우선에 두어야 하는 만큼 결연한 의지와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문화예술대학장으로 있는 나 또한 이런 부분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만큼 마음이 가볍지 못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계절을 느끼기에는 산책만큼 좋은 게 없다. 힘들어도 계절의 변화를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니 작은 행복감에 잠시 여유를 가져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 했던가? 스치는 가을바람에도 겨울을 예감할 수 있을 만큼 예민해진다.
유난히 날씨에 민감한 나는 가을이 되면 감성이 더 풍부해지는 편이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지만 평소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가는 이 순간도 무언가 마음의 위로를 얻는 듯한 느낌이 들고 나 스스로에게 에세이를 적어 내려가 주는 것 같다.
교수로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하다 보면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학생들을 통해 느낀다. 늘 젊은 친구들을 대하니 덕분에 나이가 들었어도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는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이들의 밝은 정기 덕분이겠지만 "젊어 보인다"는 말은 아직은 괜찮나 보군, 하면서 잠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세상이 변하고 학생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져 있어도 학교가 주는 공간의 위안은 학생들에게는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젊은 날의 사랑과 추억이 자리하고 있기에 더 소중하다.
입학해서 들어온 학생들이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졸업전시를 앞두고 있다. 아티스트로 살아갈 수 있는 지원과 정책을 위해서라도 일선에 있는 나부터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면서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써가고 싶다.
가을은 모든 것을 정리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데 정리는 곧 시작을 말하는 법. 소리 없이 가을이 깊어가듯 예비 작가들이 되어줄 우리 학생들 마음에도 시작의 희망이 자리하고 아티스트로 당당하게 걸어가 주길 바라고 싶다.
매년 수천 명의 순수미술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대한민국.
졸업 후 많은 대학생이 순수미술을 포기하기도 하지만 제2의 직업을 갖는 방법을 대학 때부터 준비시켜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기교육 위주의 커리큘럼을 창의교육과 직업교육, 그리고 실기교육으로 나눠서 교육하고 세상이 변한만큼 아티스트의 학습이 작업실에서의 작업이 전부가 아님을 일상생활 경험에서 창작의 원천이 나올 수 있음을 알고 화가로서의 직업의식을 가지면서 제2의 직업을 가질 수 있을 때 더 풍성한 그림을 하고 생활이 안정된 가운데 작품이 탄생되는 걸 알고 직업관을 확실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입학하자마자 현실에 좌절하는 미대생들! 그래도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 우리 학생들 예비 작가들을 응원한다.
예술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자부심을 잃지 말자. 아티스트들의 처우가 많이 좋아지고 변화되고 있는 만큼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신선한 작가가 되자.
/이영우 배재대학교 문화예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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