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발단이 됐는데 충청 시민사회계는 발끈하고 나섰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시즌2' 정책에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온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차일피일 미뤄질 경우 대전 충남 혁신도시의 조기 안착도 기약할 수 없는 만큼 충청 민·관·정의 총력 대응이 시급해 보인다.
정 총리는 얼마 전 광주 KBS와의 특별대담에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문재인 정부 내에 가능하겠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정 총리는 "혁신도시 시즌2에 대해 폭넓게 소통하면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안에 가능하면 빨리 그런 결정을 하는 게 옳다고 보는 데 현실적으로 실행되기는 시간 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조기 가시화에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어 "어떤 결정이라도 제대로 해내면 다행히 아닐까 생각한다. 제대로 설계되고 실행이 될 때만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이전 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이 조만간 내놓을 균형발전보고서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부분은 빠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이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와 실무를 맡은 대통령 직속 균형발전위원회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포착된 것은 없다.
충청권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시민사회계에선 정 총리의 발언과 관련 기관 동향 등을 종합해 볼 때 2022년 5월까지인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실행치 않을 것이라는 정부 측 입장이 확인됐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을 방치 할 경우 얼마 전 결실을 맺은 대전 충남 혁신도시로 언제쯤 공공기관이 이전할 수 있을는지도 가늠키 어렵다. 혁신도시 지정 효과도 반감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지방분권·상생발전 충청권공동대책위원회는 19일 충남도청에서 문 대통령 임기 내 공공기관 이전 추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일각에선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늦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적인 해석도 나온다. 서울 등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기관 122곳이 지방이전 대상인데 정부가 내년 4월 서울 보궐선거 전에 이전 계획을 발표할 경우 자칫 여당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당 소속 전 시장의 중도하차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야당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카드를 2022년 대선용으로 아끼고 있다는 억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두영 충청권 공대위 운영위원장은 "현 상황은 문재인 정부 안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이 나오기 기대하기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지역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유야 무야 넘어갈 수 있어 강력하게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