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밟아 볼 기회 없이 성장하는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흙 향기 묻어 있는 어린시절의 이야기, 이제는 손자세대를 위한 동화로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닭니는 닭이 몸에 기생하는 가려운 '이'를 말하는데, 작가는 이 소설이 "도깨비밥풀처럼 달라붙던 유년의 사연"이라 소개한다.
동화는 돈이 없어 병을 치료하지 못해 동네 침방에서 삼십 원짜리 침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던 옥이 이모,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녹아내리는 ‘아이스께키’를 꾸역꾸역 먹어야 했던 두 모녀, 어미 닭에 쫓겨 노란털이 핏빛으로 물들어 가는 병아리를 구하려다가 닭니가 옮아 머리를 빡빡 밀어야 했던 강철이. 때론 가슴 저리는 이야기로, 때론 풋풋한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잊힌 추억을 되살려 낸다.
도종환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강병철의 닭니는 토속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가난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넘치고, 배를 곯아도 흙 묻은 손으로 잡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온다. 드러내지 않은 아름다움이 있다. 이렇게 흙 향기 묻어 있는 알토란 같은 이야기를 써놓고도 자랑하거나 떠벌리지 않고 장승처럼 서서 벙긋이 웃는 작가의 질박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전했다.
강병철 작가는 1985년 민중교육 사건으로 해직됐고, 평생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으로 살아왔다.
'닭니'는 2003년 우수 문학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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