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예술 나눔단체 '숨'이 21일 대전시립연정국악원 작은마당에서 오페라 '버섯피자'를 무대에 올린다.
대전 출신의 성악가와 피아니스트로 구성된 '숨'은 그동안 상업공연보다 양로원과 고아원 등 예술과 문화의 영역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진 곳에서 공연 봉사를 주로 해왔다. '음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설립 취지는 밀알의 씨앗이 되었고, 오페라 버섯피자를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여진욱 숨 대표는 "공연하러 다니다 보면 감사하다고 조금씩 챙겨주시던 마음들을 공금으로 모아뒀었다. 버섯피자는 2017년 창단 후 3년여간 모은 공금을 투입해 만든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버섯피자의 지리적 배경은 1993년 부촌이었던 중구 선화동이다. 그러나 볼룹뚜아, 포비아, 스콜피오, 포르마죠 등 등장인물의 이름은 낯설기 그지없다.
여진욱 대표는 "버섯피자는 세이무어 바랍의 'La Pizza con Funghi'에서 원작을 가져왔다. 배경은 지역에서 친숙하고 복고풍 느낌의 대전으로 변경했다. 등장인물 이름을 원작 그대로 사용한 것은 이름을 우리 형식대로 손을 대면 음률이 바뀌기 때문에 곡의 흐름을 위해서 유지했다"고 말했다.
평소 각각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는 단원들이 모여 오페라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고아원과 양로원에 방문할 때면 한국 가곡이나 많이 알려진 오페라 곡을 불러왔던 터라 원작을 각색하고 연습하는 시간이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진욱 대표는 "버섯피자는 2019년 12월부터 연습했고 올해 2월 공연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대관이 취소됐고, 5월로 연기해둔 공연까지 취소해야 했다. 결국 11월 공연으로 선보이게 됐는데, 지금도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 여파로 오케스트라가 빠지고 피아노 한 대로 무대를 채운다. 이례적이고 오페라 규모도 매우 작지만 좋은 공연을 다양한 관람객들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순수예술 나눔단체 숨. 오페라 버섯피자에 출현하는 단원들 모습. |
순수예술 나눔단체 숨. 오페라 버섯피자에 무대 모습. |
버섯피자는 지난 13일 대전예술의전당 '십분발휘'에 초청돼 10분 공연을 선보였다. 60분 공연을 10분으로 축약했지만 심각하지 않고 곳곳에 스며든 블랙코미디 장치가 관객들에게는 웃음으로 전파되며 호응을 얻었다.
여진욱 대표는 "특별한 취지로 만든 단체다 보니, 일반 관객만 대상으로 공연하는 것보다 더욱 특별한 분들을 모시고자 의견을 모았다. 장애인분들과 서부경찰서 관할 탈북자를 초청했다. 오페라 관람이 흔치 않은 분들에게 클래식을 선보이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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