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높은 자살률도 문제지만 동반자살도 큰 문제를 차지하고 있다. 연인, 친구, 가족 등 가까운 관계에서 주로 이뤄지고 계획을 주도한 사람이 유일한 생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수사가 시작되면 하나 같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는데 나만 살았다"라고 주장을 한다.
얼마 전 익산에서 한 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학생과 초등학생, 그리고 아이들의 어머니 등 3명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그 옆엔 중상을 입은 가족의 아빠가 쓰러져 있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유서가 발견됐고 외부의 침입이 없었던 점을 토대로 경찰은 수사를 벌였고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치료를 마친 가장이 범행을 전부 시인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너무 커 아내와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합의하고 범행을 실행에 옮겼다고...
만약 극단적 선택 전 아이들에게도 어려운 상황을 얘기하고 선택의 기회를 줬다면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단언컨대 이 가족은 절대 죽지 않았을 것이다. 중학생, 초등학생이면 삶에 대한 욕구가 크고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이 있어 부모를 설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은 무시한 채 동반자살 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살인을 저질렀다.
유독 대한민국에서 이런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보면 아이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는 점이다. '내가 낳은 자식 내가 책임진다'는 그릇된 사고로 소중한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는다.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엄연한 인격체로 대우를 받아야 한다.
또한 '내가 없으면 아이들이 힘든 삶을 살거야'라는 잘못된 생각도 이런 일을 초래하게 만든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과 연결시켜 아이들의 미래를 부정적이거나 암담할 것으로 예상하는 우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한 순간의 잘못된 생각으로 미래의 장관, 과학자, 스포츠스타 등의 탄생을 막지 말아야 한다.
부모라도 결코 자녀의 생명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이 세상 누구보다 믿고 따르는 부모의 역할은 자녀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
가정마다 다양한 사연과 불행이 있겠지만 옛말에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있다. 한번만 더 생각해보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미디어부 이성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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