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지역화폐 안 쓰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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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지역화폐 안 쓰는 바보

신성룡 행정산업부 기자

  • 승인 2020-11-16 15:28
  • 신문게재 2020-11-17 18면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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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룡 기자
대전의 지역화폐인 온통대전. 시에서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정부의 '2020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연계해 ‘온통세일’을 진행하면서 대박이 났다.

지역화폐 '온통대전'을 사용하면 월 50만 원까지는 소비촉진지원금 10%를 포함해 20% 캐시백을 지급하고 50만 원 초과부터 100만 원까지는 10%의 기본 캐시백을 지급한다. 플러스 할인가맹점을 이용할 경우 5% 이상의 추가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40만 원에 50만 원 지역화폐 구매가 가능해 그야말로 '안 쓰면 바보'가 된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면 자연스럽게 대화의 화두는 온통대전 사용 여부다. 온통세일이 시작된 지난 1일 1000여 명이 온통대전을 발급하고 180억 원이 발행되는 등 8일까지 온통대전 발행액은 729억 원(34만 9000건)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온통대전 지역화폐를 쓰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막상 쓸려고 해도 쓸데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내 아내도 그중 한 사람이다. 아내는 항상 마트를 가도 대형마트만을 방문하며 옷이나 신발은 백화점을 선호한다. 어쩌다 지역화폐를 쓰려고 찾아간 규모가 조금 큰 가게들은 영락없이 본사가 위치한 서울 또는 경기도에 있어 사용하기 어렵다는 거다.

온통대전 사용을 독려하는 나에게 투정 부리는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새삼 우리가 얼마나 대기업에만 돈을 소모하고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살았는지 깨닫게 된다. 아내는 주 1회 평균적으로 대형마트를 가고 한 번 갈 때 10만 원 정도 사용한다. 한 달에 약 40만 정도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지역에 대형마트가 들어왔을 때 소상공인들이 반대를 해왔던 이유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가 들어오면 인근 시민들의 쇼핑은 편해지더라도 애초에 지역을 기반으로 운영하던 소상공인들의 수입은 크게 뺏게 되어 지역경제가 침체된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사는 서울에 있어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낸 소비액과 세수가 서울에 유출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당장 우리 가족이 써온 거의 모든 돈이 중앙으로 흘러갔다.



2018년 말 기준 중소기업은 전체 국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전 중소기업체 수는 소상공인을 포함해 10만 8829개로 지역 전체 사업체 10만 8909개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지역 중소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어느새 대기업에만 익숙해져 있으며 전국의 모든 산업에서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이런 식으로 상위 0.1% 재벌가의 주머니로 빨려 들어간다는 점이다. 온통대전을 사용하면서 나 자신부터 그동안 얼마나 지역자본 유출에 둔감했었는지 반성할 수 있게 됐다.

지역화폐는 자본이 중앙으로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지역 경제 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에서 나타났으며 지역사회에 돈을 돌게 만드는 의미가 있다.
신성룡 행정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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