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이삼평 기념비에서 본 산학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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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이삼평 기념비에서 본 산학협력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 승인 2020-11-16 13:42
  • 신문게재 2020-11-17 19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최종인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한밭대를 출발해 현충원을 거쳐 10분이 채 안되는 거리인 동학사 입구 삼거리에 비가 하나 서있다. 1990년 큐슈 아리타(有田) 주민의 성금으로 '일본 자기 시조 이삼평공 기념비'가 박정자 삼거리 산비탈에 세워졌고, 2016년 도로확장을 하면서 가까운 곳 이삼평공원에 옮겨졌다. 이삼평 공(公)(1579~1655년)은 공주 출신으로 정유재란 때 일본 사가현(佐賀縣) 아리타에 끌려갔다. 일본 영주의 전폭적 후원 하에 원료인 하얀 흙을 찾아내고 서양의 요구대로 백자를 만들어 냄으로써, 일본의 대표 도자기 브랜드, '아리타 야키'(有田燒)를 생산하였다. 그가 만든 자기는 이마리(伊万里) 항구를 거쳐 '이마리 야키' 라는 이름으로도 유럽에 수출되었다. 그 당시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와 손잡고 수출된 '아리타 자기'는 유럽이 동양에 대한 환상을 갖게 만들었다. 16세기 일본 백성들은 나무그릇, 도기를 주로 사용했고, 지배층만 자기를 사용하였다. 풍신수길은 일본내 통합을 위해 차 문화를 발전시키며, 중국과 조선에서 비싼 찻잔을 들여왔기에 '도자기 전쟁'으로도 불렸다. 임진왜란 이후 우리의 도자기 기술자들 1천여명이 일본으로 끌려가면서 두 나라의 위상은 바뀐 채, 일본은 유럽에 도자기를 수출해 큰 부를 쌓았다. 네덜란드와 독점무역이 허용된 나가사키의 인공 섬, 데지마(出島)를 통해 서양의 신기술, 문명을 도입하며, 지금의 개방혁신 토대가 되었다. 일본에서 국보로 취급되는 이도다완(井戶茶碗)이 무려 1천억 원이나 한다고 하니 얼마나 도자기를 귀하기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이 메이지유신 전 유럽에 수출한 물건의 90%가 자기라는 면에서 이삼평을 도자기 신으로 모시기에 충분했다. 서양의 입맛에 맞는 화려한 디자인으로 주문생산(OEM) 함으로써 도자기를 금값만큼 받았다고 한다. 왜 유럽은 자기에 열광했을까? 이는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 속에 후추에 이어 커피와 차에 열광했고, 이를 담을 그릇과 찻잔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질 좋은 동양의 자기는 서양보다 10배 이상 가격을 받았다. 17세기 중국 명, 청 왕조의 교체 속 혼란으로 자기 수입이 불가능해지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는 일본으로 수입처를 바꾸었다. 조선도공의 기술과 중국의 가마 능력, 분업과 전문화 기반의 생산성, 리더의 경영능력이 더해졌다. 당시 이삼평은 연간 3천 가마와 무사 신분의 대우도 받았다. 임진왜란 후 포로귀환을 위해 사신들이 교토를 찾아갔으나 귀국희망자는 10만중 한자리 비율밖에 안되었다고 하니 안타깝다. 조선도공의 기술로 유럽인의 다양한 시장요구에 채색자기를 만들고, 동인도회사 수출선으로 일본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다. 이같은 부를 토대로 철강과 무기기술을 개발하고 메이지유신을 거쳐 군대를 정비해 중국과 러시아를 격파한 후 한반도를 다시 점령하였다. 이는 부끄러운 우리 역사의 모습이다. 도자기 산업은 오늘날 세라믹 산업으로 발전하고 교토 세라믹인 ㈜교세라가 대표적 사례이다.

최근 학생들과 이 비석을 보면서 기술인재에 대한 대우만이 아니라, 세계 수준의 우리 기술을 적극 보호해야 함을 느낀다. 수입기술을 모두 중국 것으로 대체하자는 '중국 2025전략'도 멀지 않았다. 학생들과 산학협력 교수님들과 같이 이 비석을 방문해 국제관계 속에 세계시장의 판세변화, 글로벌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needs), 끊임없는 신기술개발과 동기부여(역량, capability),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idea)를 다듬고자한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처럼, 일자리를 원하거든 창업을 준비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중소벤처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도록 지방정부 도움이 필요하다. 즉 청년이 가고픈 일자리와 중소벤처기업의 인재요구를 반영할 전략이 필요하다. 그래서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산학협력과 현장문제 해결 인재양성으로 다른 방향의 두 시선을 한 곳에 모아야 할 때이다. 최종인 한밭대 산학협력 부총장, 혁신클러스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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