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김미주 기자 |
'이 바보같은 몸뚱아 제발 소심한 티 좀 내지마' '당당하게 행동해' '사람들은 생각보다 너한테 관심있지않아' 주문을 외워봐도 어색한 시선처리, 인중에 차오르는 땀, 염소처럼 떨리는 목소리..
날 조금만 겪어봐도 "A형 이시죠?" 알아맞출 수 있게 온 몸으로 티를 팍팍 내고있다. 내가 한우나 과일이였다면 최상품이였을텐데 안타깝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혈액형별 성격을 보면
<A형 소심 B 나쁜남자, 개인주의 O 활동적, 성격 좋음 AB 뚜렷한 개성, 통통 튀는 성격>일 것이다.
언제부터 A형이 소심함의 대명사가 되었을까?
78억 인구를 4가지 혈액형으로, 또 그 혈액형에 의해 성격을 파악하고 점친다는 것이 헛소리라고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들어맞는 부분이 있으니 무조건 헛소리라고는 단정짓기는 어렵다.
사실 흥미롭고 재미있다. 여전히 믿는다.안믿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일찌감치 자리잡은 혈액형 성격설 덕에 주위 사람들 행동을 보고 혈액형 맞추기를 하고있지 않은가.
이것이 혈액형만의 특성이 아닌 것은 모두가 알 것이다. 신빙성은 없지만 성격을 파악하며 맞추는 재미도 쏠쏠하고, 어색한 자리에 자연스러운 대화거리로도 쓰인다.
난 혈액형 성격설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즐기는 편인데, 좀 억울하단 생각이 든다. 대체 누가 'A형=소심'을 대명사로 만든거야. 다른 특징도 많은데 이놈의 소심이 다 가리고 있다. 소심한 행동을 보이면 '혹시 A형?, 그럴 줄 알았어'를 말하니 말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내 성격에 대해 고민을 하다보니 혈액형에 대해 쓰게 됐는데, 단순히 A형이라서, 유난히 소심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정신력 문제라는 (누구나 아는)사실을 받아들였다. 정신이 강해야 어딜 가나 당당할 수 있고, 화나면 목소리도 낼 수 있을텐데 그저 피하고 도망가는 나약한 정신력이 소심한 행동으로 이어지고, 나같은 억울한 A형들에게 'A형 소심설'을 입증하는 꼴을 보이고 있다고.
혈액형은 '피'일뿐, 성격이 결정되는게 아니다.
소심한 게 아니라 조금 많이 배려하는 사람이다. 그 배려가 무시 당하는 게 싫다. '저 사람은 소심해서 억울해도 말도 못할껄?' 생각되는 게 싫다. 그러니 A형의 인식이 바뀌도록 생각의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밟으면 꿈틀이 아니라 버럭이 되는, 소심해서 트리플 A가 아닌 배려에 당당함 입힌 특 AAA+가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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