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낙준 신부. |
러시아 문학가인 톨스토이(1829~1910)가 우리에게 가르쳐준 길입니다. 영적인 삶은 바로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신의 도우심 없이는 자기를 완성할 수 없고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없습니다. 내가 지닌 힘은 내 앞길의 한 걸음도 챙기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힘이라는 것이 보잘것없는 이유는 실수를 수없이 하는 인생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완전에 이르지 못함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완전을 향해 움직이는 힘은 신이 주는 힘에 따릅니다. 결국 신의 도우심과 결합돼야 우리가 영적으로, 영적인 존재로 살 수 있게 됩니다.
계룡시는 우리나라의 안전에 대한 일을 담당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입니다. 그리고 대전시도 과학연구단지와 정부의 삼청사가 중심이 되어 발전하는 도시입니다. 세종시는 우리나라의 행정복합도시로 정부의 각 부처를 중심으로 계획된 도시입니다. 그리고 내포신도시도 충남도청을 중심으로 신설된 계획도시입니다. 아주 짧은 시간에 세워지는 도시는 원주민보다는 이주민이 대다수를 차지하여 완전한 안식처인 고향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인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계획도시는 돈이 출렁이는 대로 사람들이 몰려들지만 오래된 전통의 도시는 주름진 얼굴처럼 오래 보아야 하기에 사람을 따라 소수의 사람만이 보입니다. 코로나-19의 재난이 오래 지속되면서 그동안 도시의 발전을 주도한 산업도시와 금융도시가 변할 조짐이 보입니다.
먹고살 만한 돈만 주는 행정자본이 주도한 계획도시인 세종, 대전, 계룡, 내포시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꿈을 꾸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동안의 행정자본이 주류였던 도시는 우리의 창조력을 풍요롭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행정자본이 주는 지식인 리더들이 집합체가 새로운 체제(틀)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체제가 생명을 풍요롭게 하는 창조력을 세우는 데는 미흡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산업자본이 주는 탄탄함이 부족했고 금융자본이 주는 자본의 신속함이 부족한 중부지역 행정자본 도시들의 미래를 어떻게 풍요롭게 하려는지 자주 질문하게 됩니다. 행정자본 도시의 살길은 무엇일까요? 교육에 대한 한 실례로 그 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미네르바학교는 기존의 대학이 갖는 교정과 교재와 교수가 없고 기숙사만 있는 대학교입니다. 2014년에 설립되었고 첫 회 졸업생을 2018년에 배출했고 이들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한 곳이 연봉 3억의 아마존 회사였다고 합니다. 인터넷강의와 학생 간 협업을 통해 과제를 수행하고, 7개국(영국, 미국, 독일, 한국, 대만, 인도, 아르헨티나)에서 각 나라를 돌아가면서 6개월간 기숙하며 수업을 합니다. 교과과정은 예술인문학, 비즈니스, 계산과학, 자연과학으로 한해에 220여 명의 학생을 선출합니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학교의 예시를 보여 준 것이 미네르바학교입니다. 학생의 배경인 부모의 지위와 부의 능력을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네르바 학교는 입학 원서를 작성할 때에 집안이나 배경에 관한 작성을 일절 금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수능이나 미국 대학 입시 시험인 SAT나 ACT 점수도 반영하지 않기에 혁신학교인 셈입니다. 기존의 대학을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네르바학교 같은 학교를 행정자본이 지배하는 곳에 세운다면 '힘의 이동 Power shift' 이 대세였던 코로나-19이전의 시대에서 '생각의 이동 Thinking shift'로 코로나-19 이후의 시대가 될 것입니다. 생각이 변하면 생활방식이 변하고 느낌이 변하고 공감하는 방식이 변하여 인간 내면의 변화를 완성하는 영적인 삶을 여는 시대가 우리 앞에 다가올 것입니다. 행정자본의 도시가 영적인 문을 여는 기도하는 사람으로 인해 새로운 길을 여는 도시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대한성공회 유낙준 의장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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