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화법으로 핵심을 교묘히 피해간다며 '기름장어'라는 비판을 받았던 예전의 그가 아니다. 첨예한 쟁점 사안에 자신의 의중을 정확히 밝히면서 정면돌파를 택하는 '소신 낙연'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11일 충북 괴산군청에서 열린 충청권 현장최고위는 이같은 이 대표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 단연 화두는 이 대표가 대전에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 추진 논란과 관련해 어떠한 발언을 할는지 여부로 모아졌다.
회의 직전까지 지역 정가에선 두 지역 중 한쪽 편을 들어 줄 수 밖에 없는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정부가 현명한 결정할 것"이라는 식으로 이 대표가 우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는 "대전시민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 강행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중기부 대전 존치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중기부와 세종시가 내세운 경제부처 협업보다는 대전의 논리인 국가균형발전 가치에 더욱 무게를 둔 셈이다.
여의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어정쩡한 스탠스가 아닌 화끈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국회 완전 이전을 목표로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우선은 세종의사당 설치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얼마 전 비대위에서 민주당 세종의사당 추진과 관련 "편법 추진"이라며 발끈한 바 있다. 이처럼 여야가 일촉즉발인 상황에서 '국회 완전 이전' 카드를 빼는 것이 자칫 휘발성을 더할 수 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이 대표는 소신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다.
사뭇 달라진 그의 이같은 모습은 최근 급변하고 있는 차기 대선링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 안팎으로 잠재적 경쟁자들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차기 주자로서 우유부단한 모습보단 강단을 보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 대상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홈피참조)에서 이 대표는 22.2%로 24.7%를 얻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내에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개월째 이재명 경기지사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 선호도 1~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데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도전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최근 세종 총리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권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미국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이든 시대정신'을 언급하면서 대권 의지를 에둘러 비쳤다는 평가다. 이 대표로서는 이처럼 급변하고 있는 차기 대선 링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을 수 없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승부수로 '소신낙연' 이미지 띄우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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