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가에 꽂혀 있는 '冊(책)'과 이를 읽기 위해 줄지어 서점을 방문하려는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11월 11일은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해 제정된 '서점의 날'이다.
서점은 경제시장 속 수년째 쇠퇴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으로 꼽힌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고 독자들마저 종이책을 외면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유서 깊은 서점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그나마 몇몇 지역서점이 매출 급락과 코로나19 장기화 속에서 근근이 버텨내고 있지만, 도서인구가 더 줄어든다면 그 생명력은 지속할 수 없다.
최근 대전에서는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 책을 파는 사람, 책을 쓰는 사람 모두가 행복한 도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작은 시도다. 대전을 대표하는 지역 문인 단체장들은 '서점의 날'을 맞아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쏟아냈다.
이은봉 대전문학관장은 책을 사고 서점을 가는 것을 즐거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관장은 "책을 읽든 읽지 않든 결국 책을 사는 용기는 필요하다. 책이 많은 집과 책이 없는 집에서 키우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정서가 다르다는 연구결과에서 보듯 책이 있는 환경은 기본적으로 교육 수준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책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잘못 골라서 혹은 현재 정신 수준과 맞지 않아서 읽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면 우리의 지식도 높아지기 때문에 쌓인 책들이 어느 순간 읽히는 때가 온다"고 했다.
우선 책을 읽고 쓰는 젊은 문인들이 서점을 자주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이은봉 관장은 "대학 시절 내 단골서점은 은행동에 있는 동남서점이었다. 학부 4년, 석사 2년 총 6년 동안 매일 서점에 들렀다. 서점에는 신간 출간 현황과 예술의 동향을 살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며 문인들부터 서점에 가는 일을 밥과 커피 마시듯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혁건 대전문인협회장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지역 문학단체와 지역서점의 연계된 행사가 지속적으로 필요함을 역설했다.
손 회장은 "서점 자체가 열악하다 보니 자체적인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시나 구청 등 주무기관에서 공동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예산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대전문인협회와 대전작가회의 공동 주관으로 계룡문고에서 심포지엄을 진행해 왔으나 일회성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예산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시민들이 책을 읽고, 서점에 올 수 있게 하는 동기유발이 가장 중요한데, 흥미로운 콘텐츠 개발을 위해 문학단체와 서점, 주무 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소영 대전작가회의회장은 지역서점을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한다. 박소영 회장은 "저는 인터넷서점이 아니라 직접 서점을 방문해서 책을 산다. 서점을 가는 일은 학교보다는 가정에서 교육돼야 한다. 소풍을 가듯 부모와 자녀가 서점을 방문해서 무슨 책이 있는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큰 교육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계룡문고 등 지역서점도 몇 권 이상 구매 시 배송서비스를 해주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들을 마련해뒀다. 서점의 날을 맞아 독서의 근간이 되는 이런 장소들을 지켜내기 위한 소소하지만,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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