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세종행 추진을 질타하는 지역 정치권의 질의에 부처이전 의사를 거듭 고집했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 대의명분을 내세운 대전 민·관·정의 만류에는 귀를 닫은 채 정치적 셈법이 깔린 '일방통행' 식 행보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박 장관은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경제부처 질의에 참석해 황운하 의원(대전중구)로부터 "대전 시민들은 느닷없는 중기부 이전이 불거지면서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느닷없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끈했다.
그는 "중기부 (세종)이전 입장은 굉장히 오랫동안 논의됐고 관계부처의 협의를 거친 것"이라고 첨언하면서 "경제부처와의 협업과 논의, 교류는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세종이전은 지역의 문제라기 보다는 국가 전체의 차원"이라며 "부처간 시너지 효과 제고를 세종행 추진의 이유로 댔다. 그러면서 중기부가 대전에 있으면서 나름대로 지역에 기여 해 왔다는 점도 부각했다. 박 장관은 "중기부는 그동안 대전 팁스타운, 스타트업파크, 한남대 캠퍼스타트업 파크 등 인프라 시설에 지원을 해왔다"며 "대전 시민분들께서 섭섭하게 생각하신다는 것은 알고 있는 데 좀 더 큰 걸음에서 봐주셔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세종행을 굽히지 않았다.
이같은 박 장관의 발언은 비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수도권 과밀해소에 하등의 도움이 안 되며 애초 세종시 건설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의 명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것이다.
그가 국회에서 중기부 세종행을 고집한 것은 비단 이번 뿐만 아니다.
중기부 지난달 9일 국회 산자위 중기부 국감에선 "이전은 행정안전부가 결정한다"며 원론적 입장을 밝히면서 "현 청사의 공간부족 문제가 심각하며 부처가 경제 관련 부처가 세종에 모여있는 반면 중기부는 대전에 있어 여러 제약이 있다"며 세종행 추진 의사를 피력한 바 있다.
같은달 26일 중기부 종합감사에선 한 술 더 떴다. 박 장관은 당시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전은 혁신도시로서 새롭게 출발해 더 큰 발전을 이루는 것이 정책적으로 맞다"며 "대전시민들이 섭섭해할 것도 이해하지만, 앞으로 대전이 혁신도시라는 진취적인 큰 그릇을 만드는데 중기부도 협력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전 지역사회가 강력 반발 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박 장관이 세종행을 밀어 부치면서 자신의 정치적 행보와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억측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박 장관은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당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기부 이전 문제를 속전속결로 밀어 부쳐 결과를 낼 경우 당내에서 추진력을 인정받고 존재감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에 강공책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촌평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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