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4강 포요투강(抱腰投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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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4강 포요투강(抱腰投江)

  • 승인 2020-11-10 09:26
  • 수정 2020-11-10 10:2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 44강 抱腰投江(포요투강) : (적장의)허리를 안고 강물에 몸을 던지다.

글 자 : 抱(안을 포)腰(허리 요)投(던질 투)江(큰 내 강)

출 전 : 유몽인(柳夢寅)의 어우야담(於于野談) 호남삼강록

의미 및 비유



첫째 여성으로서 우국충절(憂國忠節)과 열녀(烈女)의 표상

둘째 자신을 희생시켜 대의를 이루는 행동을 비유.

의기(義妓)인 논개(論介)의 성은 주(朱)씨이며 전라도 장수(長水)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훈장(訓長)을 하던 주달문(朱達文)이고, 어머니는 밀양 박씨이다. 아버지 주문달은 40세가 넘은 나이에서야 딸 논개를 낳았다. 논개는 5세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딸과 자신의 생계를 시동생인 주달무(朱達武)에게 의탁한다. 그러나 숙부 주달무는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하고 논개를 벼 50석에 김부호(金富豪)의 집에 민며느리로 혼인시키려 하니 이를 피해 모녀는 경상도(慶尙道) 안의현의 친가로 피신하였고, 이에 김부호는 1579년 기소하여 모녀를 구금하였다.

이들의 재판을 맡은 사람이 당시 장수현감(長水縣監)이던 최경회(崔慶會)였다. 최경회는 논개 모녀의 딱한 사정을 듣고 무죄방면 했으며 모녀가 살 길이 막막하자 관아에서 잔심부름하며 살게 하였으므로 모녀는 현감의 관저에 의탁하게 된다.

최경회는 해주최씨(海州崔氏)로 전라도 능주(綾州) 사람이다. 양응정(梁應鼎), 기대승(奇大升)에게 학문을 배웠으며 1567년 과거에 급제하였다.

그 후 장성한 논개는 최경회의 첩으로 들어갔고 임진왜란이 터지자 전라도 지역에서 의병장이 된 최경회를 뒷바라지하였다. 그리고 1차 진주성 싸움에서 혁혁한 공을 쌓아 경상도 우병사가 된 최경회를 따라 진주로 가게 된다.

당시 전황에서 진주성은 매우 큰 의미를 가진 성이었다. 진주는 왜병들이 많이 주둔해있던 경상도의 주요성일 뿐만 아니라 곡창지대인 전라도로 넘어가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었다. 진주성은 일본 입장에서는 꼭 차지해야 하는 성(城)이었고,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내어주면 안 되는 성(城)이었다.

1592년 10월 왜군의 1차 진주성 공격은 김시민(金時敏, 1554~1592)을 중심으로 관군과 민간인, 의병들까지 합세해 이를 물리쳤다. 이를 진주대첩(晉州大捷)이라고 부른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논개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 하나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그것은 그녀의 신분이 번듯한 가문의 아녀자가 아니고 기생이라고 전해지면서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고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주의 일반 백성들은 그녀를 기억하고 자발적으로 기리고 있었다. 논개가 기생이었든 아니었든, 그녀가 죽인 왜장(게야무라 로구스케/毛谷村六助. 추정)이 왜군의 병력에 손실을 줄 만큼 중요한 인물이었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역사기록이 그녀를 외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민간에 살아남아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논개의 죽음이 전쟁의 고통 속에서 허덕이던 일반 백성들에게 전쟁의 극복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가장 약하고 미천한 위치에 있던 한 여인의 결연한 행동으로, 임진왜란 시 백성들은 위안과 위로 속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전쟁을 승리로 이끌게 되었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유사성어로는 멸사봉공(滅私奉公) 진충보국(盡忠報國) 등이 있는데 이는 국가를 위해 몸 바친 거룩한 행위를 기리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리고 우리는 포요투강(抱腰投江/논개의 장한 행동)의 고사에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자신의 몸을 불살라 주변을 밝히는 인애정신(仁愛精神)

둘째, 패권주의에 맞서 끝까지 항거한 의용정신(義勇精神)

셋째, 아녀자의 몸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남편을 사랑한 충렬정신(忠烈精神)으로 크게 구분 지을 수 있다.

남자의 의협심(義俠心)으로도 그 장한 일을 생각하거나 실천하기 어려운데 연약한 여성의 신분으로 큰 행동을 실천하기란 무척이나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민족은 남녀를 불문하고 나라에 어려운 일을 당할 때면 어김없이 놀라운 충렬정신(忠烈精神)을 발휘하는 훌륭한 기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불행하게도 이 자랑스러운 조상 앞에 부끄러운 일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철면피(鐵面皮)'나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인간들을 접할 때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로 분노가 치밀고 역겹다.

'소동파(蘇東坡)의 유협론(留俠論)'에....

천하에 크게 용기 있는 자는 갑자기 큰일을 당해도 놀라지 않으며, 이유 없이 당해도 성내지 않는다. 이는 품은 바가 심히 크고 그 뜻이 매우 원대하기 때문이다(天下有大勇者 猝然臨之而不驚 無故加之而不怒 此其所挾持者甚大而其志甚遠也)

세상은 시대의 치졸한 인간보다 시대를 뛰어넘는 용기 있는 자를 더 추앙하고 기리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대 때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한 의사(義士)와 열사(烈士)들이 많이 배출된 것도 우연이 아닌 민족의 대용(大勇) 기질의 발로인 것이다.

나라를 구함에 어찌 남. 녀의 구분이 있겠는가. 그러나 지금 윗사람에게 아부하고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림)하는 못난 사람들에게 경종(警鐘)이 되어 큰 울림으로 오래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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