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니에 나무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박건의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지금도 마로니에는 피고 있겠지. 눈물 속에 봄비가 흘러내리듯 임자 잃은 술잔에 어리는 그 얼굴. 아! 청춘도 사랑도 다 마셔버렸네. 그 길에 마로니에 잎이 지던날~.'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의 박건은 가을이면 으레 소환된다. 바바리 코트 깃을 세우고 마로니에 잎이 진 거리를 거닐며 지나간 청춘과 사랑의 허무함을 노래하는 남자. 이 노래가 나온 1970년 초는 대중가요가 다분히 낭만적이다.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대였지만 인생의 맛을 즐길 줄 알았다. 지금처럼 돈이 최고인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시대와는 격이 달랐다. 사는 게 뭐 별건가. 천하의 대재벌 총수 이건희도 결국 저승으로 가는 길엔 십원 한 장 못 갔고 떠났다. 가치관의 차이겠지만 돈이 전부인 삶은 왠지 서글퍼진다. 돈이 사는 데 편리하고 안락함을 주지만 분명 돈보다 가치있는 것이 있다. 어제 저녁에도 공원을 걸으며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을 흥얼거렸다. 어느새 무성했던 마로니에 잎이 다 떨어졌다. 이렇게 가을은 또 간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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