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
생전 처음 경험하는 코로나 시대에는 행복의 기준이 어떻게 달라질까. 지금 우리가 생활하는 시간을 무조건 참고 견뎌야 능사는 아니다.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 현실의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시간을 찾아야 한다. 작금의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것이 참된 행복의 의미라 여겨진다. 둘러보면 여기저기 행복이 널려있다. 단지 그것을 못 느낄 뿐이다. 한적한 새벽길을 산책하면서 땅에 떨어진 잘 익고 잘 생긴 모과를 득템하곤 정말 행복감을 느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려면 가정공동체 못지않게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공동체 정신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화학연구원 본원에서 20년 이상 봉사동아리인 '사랑나눔회' 회장으로 활동했고, 울산에 내려와서는 '울산 사랑나눔회'를 만들었다. 울산 분원은 신생 조직이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젊고 외지에서 온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나눔과 배려' 정신을 함양하고 싶었다. 특히,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동체 정신을 가르치고 싶었다. 살아가는 기본예절 중 하나인 어르신공경 효 정신을 봉사활동을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무료급식소인 요셉의 집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이곳이 문을 닫은 후에는 연구소 근처에 있는 함월노인복지관으로 옮겼다. 추석과 설날, 1년에 두 번은 20명의 연구원들이 하얀 실험복을 벗고 달려가, 앞치마와 두건을 두르고 35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식사 준비부터 시작해서 배식, 설거지, 마무리 청소까지 도맡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연구원들이 십시일반 준비한 후원금과 후원물품도 전달해 드린다. 어르신들도 무척 좋아하시고, 설거지를 마친 연구원들도 조금은 힘들지만 뿌듯함을 느낀다. 그런 게 행복이 아닐까.
지금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미 포노 사피엔스 문명이라 일컫는 디지털 문명이 시작됐다. 지금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고 있다. 5장 6부가 아닌 5장 7부를 가진 새로운 인류가 탄생한 셈이다. 코로나 창궐로 사상 초유의 '언택트(비대면)'라는 새로운 생활양식과 문화에 서서히 익숙해지고 있다. 여기에 적응하려면 사회 전체의 표준이 비대면 생활이 가능한 디지털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면서 소비자 선택이 매우 중요하게 대두되었다. 즉, 소비자의 알 권리가 중요해졌다.
사회적 이슈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왔던 가습기 첨가제 사건을 기억하는가. 아기들 옷 세탁할 때 넣는 섬유유연제, 코팅된 프라이팬이 벗겨져도 계속 사용 시 부작용 등 소비자 선택은 화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확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려드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있다. 미력하나마 화학의 중요성, 기후·환경·에너지 문제, 청소년 교육 등에 관한 이슈를 포럼이나 세미나를 통해, 봉사활동을 통해, 나아가 신문 칼럼이나 TV 대담,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금 미국 대통령 선거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나눔과 섬김'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다. 말로만 정의와 공정과 평등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다. 남에 대한 비판은 잘 하면서 자신에게 향한 비판은 못 참는 사람은 절대 안 된다. 남의 탓으로 돌리지만 말고, 리더는 "내 탓이오, 내 탓이오"를 먼저 외칠 수 있어야 한다. 행복의 기준은 누구나 다르다. 그러나 가치 기준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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