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람 정치부 기자 |
중기부 세종 이전에 관해 중기부 측과 대전시의회 측이 면담하던 중 시의회 의원이 했던 말이었다.
이날 면담에서는 시의회 의원 7명 정도가 있었고 중기부 측에는 과장의 직급을 가진 직원이 면담에 참석했다.
면담에 참석하는 중기부 직원의 직급이 과장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사실 속으로 생각했다.
'지역 대표 정부 기관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는데 그걸 총괄하는 직급이 과장이면 되나?'
필자의 속을 읽었는지 옆에 있던 선배 기자도 한마디 거들었다.
"어차피 떠난 배인데, 중기부 측에서 이런 겉치레뿐인 면담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거지"
선배의 말처럼 20분간 진행했던 면담은 그동안 언론에서 수백 번은 나온 얘기를 토대로 반복재생했고, 소위 생산적인 대화는 예상했던 대로 찾을 수 없었다.
면담 자리에서 중기부 측은 세종에서 관련 부처와의 소통을 위해, 또 사무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얘기하면 시의회 측은 이전 명분이 부족하다며 뻔한 면담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필자의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이날 중기부 측이 전달한 면담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한다면 '미안해. 어쩔 수 없어' 정도였다.
중기부의 세종 이전을 최근 중기부 측도 공식화하면서 현실로 다가오는 와중에 최종 결정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있다. 형제끼리 싸우고 있으니 가장으로서 중재해야겠지만, 가장은 '내가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해?' 생각하며 동생들 몰래 첫째에게 떡 하나 주고 동생들을 잘 타이르라고 할 것이다.
필자가 아마 중기부 직원이었다면 면담과정에서 되물었을 것이다.
"자꾸 대전에 있으라고 하는데, 그럼 중기부가 대전에 있으면 세종에 있을 때보다 어떤 이점이 있습니까?"
매년 대전에 있던 기업이 지역에 있으면서 큰 이점을 찾지 못하고 떠나려고 하면 뒤늦게 바짓가랑이나 잡는 '쇼'도 삼류 드라마만큼 진부하다.
기관이나 기업을 유치시키기 위해서는 그동안 20년 넘게 과학, 첨단 도시라고 떠들며 최근에는 4차산업 특화도시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말들로 유혹하지만, 정작 속을 열어보니 대전의 이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게 함정.
한 기업인에게 왜 대전에 공장을 짓지 않느냐는 질문을 해보니 "그 투자비용을 가지고 다른 좋은 곳이 많은데 굳이 대전에 왜?"라는 답을 들으니 필자도 할 말이 없어졌다.
정부 기관이 이전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1인 시위나 항의방문을 진행하는 구태의연한 정치와 행정의 모습도 바뀌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오래 있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 향후 혁신도시를 품는 대전의 숙제 아닐까. /신가람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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