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시행 1년, 지역대학들 '울며겨자먹기식' 강사 퇴직금 지급

교육부 지급 않는 대학 재정지원을 중단 압박
대학측 법적 기준 명확하지 않아 한 목소리

강사법 시행 1주년을 맞은 지역대학들이 '울며 겨자먹기식' 퇴직금 지급에 나서고 있다.

지급 기준을 두고 의견 차가 큰 가운데 교육부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학에 재정지원 중단 등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대학에 따르면 교육부는 강사법 도입 1년이 지난 9월 각 대학에 강사들의 퇴직금 지급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각종 판례를 인용해 '주 5시간 강의한 강사들은 수업 준비와 평가에 강의 시간의 2배인 10시간을 준비와 강의에 할애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총 근로시간은 15시간이 되므로 주 5시간 이상 강의한 강사의 경우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각 대학이 겪고 있는 재정난을 감안해 올해 강사 퇴직금의 70%를 국고로 지원하고, 30%는 사학진흥기금으로 0.9%의 저리 대출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근로시간 인정 부분을 두고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 퇴직금 지급을 압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학알리미를 살펴 보면 지역대학에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 비율(2학기 기준)은 한밭대 29.3%, 목원대 28.9%, 충남대 28.6%, 배재대 22.2%, 대전대 19.2% 순으로 평균 20%에 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가 퇴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 9월부터 지원하고 있는 '대학 강사 방학 중 임금' 보조금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 방학 중 임금 지원은 이미 이뤄지고 있던 것인데 통으로 묶어버려서 이 보조금 또한 못 주겠다고 하니 사실상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지원 신청을 한 것이다. 사실 계획에 없던 예산을 떠안으라는 건 말이 안된다"며 "10년째 계속된 등록금 동결과 코로나 19로 대학 재정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강사 퇴직금까지 지급하게 된다면 대학들은 재정난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도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퇴직금 법령이 뚜렷하지 않는데 대학에게 지급하라고 하는 건 부담"이라며 "퇴직금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