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용 한의사. |
지난달 추석 연휴가 끝나고 노곤 노곤한 일상으로 복귀한 첫날, 저녁 먹는 식탁 위에 있는 애 엄마와 아들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대전 ***번 유성구 OO동 10대 확진' 뭐 맨날 오던 문자라 별생각 없이 연휴 끝나고 피곤하다고 잡담하며 밥상을 차린 뒤 둘째 딸이 엘리베이터에서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학원 갔다 들어 오는 둘째 꼬맹이도 식탁에 앉아 밥은 안 먹고 자기네 반 카톡 창에 들어가서 계속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이유를 묻자 그 10대가 자신의 학교에 다니는 애라고 한다. 급하게 애들 엄마에게도 전화가 왔다. 10대 확진자가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애라는 전화였다.
조금 있다가 딸내미는 같은 학년 옆 반 아이고, 며칠 전에 같이 학교도 가는 친구라고 말했다. 엄마들끼리의 통화에서는 애는 확진인데 그 집 엄마, 아빠와 동생은 일단 코로나 음성이 나와서 자가 격리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무슨 재난 영화에서 클라이맥스로 가기 전의 분위기가 됐다. 원치 않지만, 주인공은 우리 가족이고...
처음 문자 받았을 때의 느낌은 휴양지나 일상에서 편하게 저녁 먹을 준비를 하는 장면이라면 문자 받고 나서는 바다 저쪽에서는 거대한 해일이 몰려오기 시작하거나, 어느 무덤에서 좀비 하나가 겨 나오기 시작하는 장면이 살짝 겹치는 것 같았다. 약간 극적인 감동 요소로 꼬맹이들 단체 카톡에서 확진된 아이가 자기가 알고 걸린 것도 아니고 무슨 죄냐며 그 아이의 신상을 보호하고 개인적인 건 서로 올리지 말자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한두 시간 지나서 학교 선생님들과 그 아이 반 학생 전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고 내일부터 한동안 등교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왔다. 엄마들은 다른 아이들이 추가 확진되면 우리 아이도 추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마치 재난이 시작된 것 같았다.
다음날 우려가 현실이 됐다. 우리 아이에게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가 오면서다. 어제의 들은 얘기들로는 추가 확진자가 있어야 밀접 접촉자 말고 등교했던 학생 전체를 검사 한다고 했었는데.
검사 결과가 양성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이는 아이대로 검사 하는 게 아프다 했다고 걱정하고, 애 엄마는 엄마대로 꼬마가 혹시 자가 격리를 해야 하나, 하면 얼마나 하나 미리부터 불안해했다.
이게 매일 안전 안내 문자를 받고 음 오늘도 확진자가 생겼네. 그런데 먼 동네니까 상관없겠네, 이번에는 옆 동네네. 조금은 조심해서 확진자 동선 보고 큰 마트나 동네 식당 안가야 되겠네라는 정도로 생각하던 부분이 바로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아이랑 같은 학교 옆 반 친구가 확진자가 되어 버렸다. 과장해서 말하면 꿈속에서 나 빼고는 다 괴물이 된 것 같기도 하다.
4시 좀 넘어서 검사를 받았고 7시 30분 정도에 전부 음성이라는 문자가 왔다. 일단은 검사받은 아이들이 전부 음성이어서 안도했고 검사 결과의 통보가 서너 시간 만에 문자로 알려 준거에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나 놀라며 감사했다. 그래도 며칠간은 자가 격리하며 외출을 안 하겠다고 갑갑해 하는, 그러면서도 학원을 안 가서 숙제 없다고 좋아하는 꼬맹이를 보면 헛웃음이 났다.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아마 그 집 엄마가 격리 끝내는 마지막 검사에서 추가 확진된 것 같았고, 다행히 학교나 동네에서 추가 확진자는 더 없었다. 어제는 우리 아이가 확진됐던 아이를 학교에서 봤다고 담담히 말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미국이나 유럽은 코로나가 최고로 증가세에 있다. 그리고 도시나 국가를 다시 봉쇄한다고도 하고, 이에 반대 시위나 테러 위험성도 커진다고 한다. 남 일이었던 코로나를 동네에서 1달 정도를 직접 겪어 보며 우리 아이가 확진될 위험성이나 내가 자가 격리를 당할 수도 있었던 경험을 하고 나니 그 외국 사람들이 다시 보이는 것 같다.
/박승용 용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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