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집적의 이익(agglomeration economy)' 때문이다. 산업·교육·문화·교통 등이 모여있을 때,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로 인한 폐해(집적 불이익)는 굳이 말을 덧붙일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집적이익은 극대화하고 불이익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다른 지역으로 대체·분산시키는 것이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 가장 타당성 높은 대체·분산가능 지역은 대전·세종권이다. 넓게는 중부권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집적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경쟁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수도권보다 훨씬 큰 잠재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물리적 거리로 인해 집적이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대전·세종권에는 3만 6000여 명의 석·박사가 종사하며 연구개발특구 총연구개발비 10조 가운데 8조를 쓰는 대덕연구개발특구와 6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있다. 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중이온가속기, 방사광가속기 역시 여기에 있다. 그뿐 아니라 행정기능(행정부처)과 진행 중인 입법기능(국회)이 모여있는 곳이 대전·세종권이고, 중부권이다.
그러나 이들 기능은 따로 떨어진 섬들이다. 관문 공항인 청주공항에서 기초과학연구원까지 대중교통으로 2시간, KTX 오송역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까지 2시간이 걸린다. 국제경쟁력은 고사하고, 국내에서조차 고립된 섬인 것이다. 이래서는 대한민국의 미래 심장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청주공항은 중부권 유일의 공항이지만, 운항노선의 한계로 지방공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부 이남의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3~4시간씩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접근성이 개선된다면 청주공항의 활성화도 충분히 가능하다.
연구개발특구와 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가 대전·세종만의 먹거리가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말에 동의한다면, 연구·행정기능을 묶어줄 필요가 있다. 도시 간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중부권 관문 공항인 청주공항을 활성화하는 방법 역시 교통으로 묶어서 동일 생활권으로 만들어 주어야 가능한 얘기다.
대안은 있다. 시속 120㎞ 수준의 고속전철로 각 기능을 연결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고속전철을 이용해서 대덕연구개발특구, 국제과학 비즈니스 벨트, 오송생명과학단지 등 연구기능과 대전·세종의 행정과 입법 기능을 연결하고, 청주공항~KTX 대전역~오송역을 연계하는 방안이다.
이들 기능을 연결하면 청주공항을 기점으로 60㎞, C자 형태의 고속전철노선을 구상할 수 있다. 고속전철은 대심도 굴착방식으로 공사 기간과 공사비를 절약하고, 핵심기능에만 정차역을 둬 이동성을 좋게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 청주공항까지 20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권역 내 각 기능 간에는 10여 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오송에서 청주공항까지는 기존선로가 있으므로 이를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충청권 광역철도를 건설하고 있기는 하지만 목적과 기능 면에서 크게 관련성이 없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 어렵다. 황당하게 들릴 수 있다. 먼 미래의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수도권 과밀의 역기능이 걱정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먹거리인 연구기능 활성화가 필요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논의를 시작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본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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