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종·김동건·장유승·홍현성│민음사
양반 말고 선비 말고 조선시대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고전을 연구하는 선후배들이 의기투합해 흥미로운 교양서를 펴냈다. 이들은 조선이라는 시대적 배경에 주목하고 이 가운데 먹고 살기 위해 노동했던 '잡(job)'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조선시대 삶을 이해하는데 요긴한 직업, 현대 독자에게 덜 알려진 직업, 하는 일이 흥미로운 직업을 골랐다. 대신 드라마를 통해 익히 알려진 다모, 의원, 기녀, 화원, 기녀 등은 제외하고 낯선 직업들로 채웠다.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 '잡' 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
▲착호갑사: 조선 좀비물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킹덤'에서 화려한 무술 기량을 뽐냈던 영신의 직업은 '착호갑사'다. 착호갑사는 호랑이를 잡는 특수부대다.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랑이 사냥터였다. 착호갑사는 1416년(태종 16년) 임시 조직으로 편성돼 이후 호랑이 사냥 실력을 인정받아 정식 부대가 됐다. 착호갑사는 부대 단위로 활동했는데, 호랑이 출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오면 산으로 들어가 며칠이고 호랑이의 자취를 쫓았다. 호랑이 가죽은 값비싼 사치품으로 호랑이 가죽 한 장은 베 40~50필에 팔렸다. 연산군 때는 80필, 명종 때는 350~400필로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면포 한 필은 두 냥인데, 100냥은 서울의 초가집 한 채와 맞먹는 액수다.
▲매골승: 전쟁과 기근으로 길에서 죽은 사람을 수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을 매골승이라 불렀는데 기원은 무려 고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승려들은 의술과 천문, 풍수 등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전문이었다. 병든 사람들은 의술이 뛰어난 승려를 찾아가기도 했다. 매골승은 불교식 장례인 화장을 주관하고 풍수에 맞게 묏자리도 잡아줬다. 묘를 쓰는 법에 따라 후손의 번성이 달렸다고 믿었던 만큼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고려 말 요승으로 알려진 신돈도 원래는 매골승이다. 매골승은 조선이 건국되면서 활인원 소속의 관원이 됐고, 역병과 전쟁으로 죽은 시신을 수습했다.
▲안화상: 도라지를 인삼으로, 까마귀 고기를 꿩고기로, 말고기를 소고기로 속이자는 자도 있고…(윤기『무명자집』)조선시대 서소문 시장은 짝퉁의 온상이었다. 안화상은 짝퉁, 모조품 납품업자를 말한다. 짝퉁 상인의 표적은 귀한 약재와 골동품. 대동법이 시행되면서 인삼 납품은 공인이 담당했는데, 도라지와 더덕을 아교로 붙이거나 인삼 껍데기를 족두리풀 가루를 채워 넣어 가짜 인삼을 만들기도 했다. 이는 조삼(造蔘)이라 불렸다.
이 밖에도 입주 가정교사 '숙사', 수학자이자 회계사 '산원', 글씨를 새기는 '각수', 맹인 연주자 '관현맹', 조선의 과학수사대 '오작인' 등 조선 보통사람들의 직업은 눈물겨운 삶의 일상이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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