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覆(엎어질 복) 水(물 수) 不(아니 불) 返(돌이킬 반) 盆(동이 분)
출전 : 사기, 제태공세가(史記, 齊太公世家)습유기, 왕가(拾遺記, 王嘉)
의미 및 비유:
일단 행한 일은 다시 원상복구 할 수 없다.
한번 이혼(離婚)한 아내는 다시 받아들일 수 없다.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의 폭군인 주왕(紂王)을 몰아내는데 큰 공을 세워 나중에 제(齊)나라의 제후가 된 강상(姜尙/강태공) 혹은 여상(呂尙)이 젊은 시절 벼슬하지 아니하였을 때 그의 아내 마씨(馬氏)는 학문에만 열중하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남편을 몹시 원망하였다.
그의 아내 마씨는 매우 가난하여 남의 집에 가서 하루 품을 팔아 가정을 돌보면서도 틈틈이 가을철이 되면 추수가 끝난 남의 논둑, 밭둑에 피(稷)를 훑어 말려 그것을 빻아서 먹고 살기도 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피를 훑어서 마당에 멍석을 펴고, 멍석 위에 피를 널어놓고 남의 집에 품을 팔러가면서 글을 읽고 있는 남편에게 이르기를 "오늘 비가 올 것 같으니 비가 올 때에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멍석에 널은 피를 걷어 들여 주세요"라고 부탁하고 나아갔다. 그날 아내가 돌아오기 전 소나기가 쏟아졌고, 안심했던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멍석을 치우지 못해 애써 훑어온 피가 몽땅 물에 씻겨 떠내려갔다. 그런데도 남편은 여전히 글 읽기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아내 마씨는 손이 부르트도록 훑어 온 피가 빗물에 다 떠내려갔으니 화가 날대로 났던 것이다. 그래서 마씨 부인은 "당신 같은 사람과 살다가는 밥 굶어 죽겠다"고 하면서 그만 보따리 싸가지고 집을 나가고 말았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태공은 혼자 사는 신세가 되었다.
그 뒤 강상(姜 太公)은 계속 학문에 열중했고 드디어 주(周)나라 문왕(文王/당시 제후)에게 등용되어 은(殷)나라를 멸하고, 주(周)나라를 건국하는 공(功)을 세워 그 논공행상(論功行賞)에 따라 일등공신이 되어 제(齊)나라 왕(제후)이 되어 부임하게 된다. 이 소문을 들은 헤어진 부인 마씨는 부임하는 강태공 앞에 나타나 엎드려 말하기를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저를 거두어 주소서"라고 하면서 애원을 했다.
그러자 태공은 마씨에게 물 한 동이를 길어오게 하고, 다시 그 물을 땅에 쏟아 버리라고 한 다음 땅에 쏟아진 물을 다시 동이에 담아 보라고 하였다.
마씨 부인은 물을 다시 담으려고 했으나 담지 못했다. 그러자 태공이 말하였다.
"그대는 이별했다가 다시 결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미 엎지른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이다.(若能離更合, 覆水定難收/약능이갱합, 복수정난수)"하면서 마씨 부인을 거두어 주지 않았다.
이 고사의 유사성어로는 破鏡再不照(파경재불조/깨어진 거울은 다시 비출 수 없다) 已發之矢(이발지시/이미 쏜 화살) 落花難上枝(낙화난상지/떨어진 꽃은 다시 가지로 갈 수 없다) 등이 있다.
우리는 여기서 곤경과 역경을 참고 견디는 인내심의 필요와 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작은 노고는 감수해야 한다는 엇갈린 평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정의 중요성에 비추어 본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한번 맺어진 인연은 헤어지는 불행이 있으면 안 된다.
요즈음 인생후반에 많이 발생하는 이른바 황혼이혼! 행복을 위해 자기주장만 앞세워 갈라서지만 그 시간 이후부터는 오히려 괴로운 시간의 연속이 아닌가? 선조(先祖)들께서 이를 천륜(天倫)으로 표현했던 남녀결합으로 이루어진 가정(家庭)은, 백번이라도 양보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하는 최우선적인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복수불반분'이라는 고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3000여 년 전 일이다.
물론 이 이야기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이고, 그것도 중국사람 이야기이니 혹 당시에는 시대에 맞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요즘 현대사회 여성의 역할이 중요시 되는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로, 오히려 무능한 남편 뒷바라지를 해준 부인에게 동정이 더 가는 것이 맞다고 할 것이다.
어떤 사람 의견은 '밥 굶기는 무능한 남편을 떠났으면 제대로 잘 살아 멋진 모습으로 보라는 듯 당당하게 나타나야 한다'라고 여자의 초라한 모습을 동정하는 의견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남자가 일국의 재상까지 되어서 출세했다면, 그것도 노인이 되어서 고생시킨 옛 시절도 있고 하니 너그럽게 받아 줄 수도 있지, 뭘 그리 유식하게 문자까지 써가며 냉정하게 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정답은 없다 자기들이 처해진 환경에 의해 평가 할 따름이다.
작은 가정사도 이처럼 중요한데 국가를 경영하는 위정자들의 입장은 어떨까?
선현(先賢)들의 교훈을 생각해보자
夫婦人倫之始 萬福之原 雖至親至密 而亦至正至謹之地(부부인륜지시 만복지원 수지친지밀 이역지정지근지지)
곧 부부는 인륜의 시작이고 온갖 복의 근원이다. 비록 지극히 친하고, 지극히 가까우면서도, 또한 지극히 바르고, 지극히 삼가(조심/ 공경)해야 하는 관계이다.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이 맏손자 이안도(李安道)의 혼례 때 보낸 편지의 일부이다
부부지간에 예의(禮儀)를 지키며 서로 공경(恭敬)하는 처세야말로 행복한 백년해로(百年偕老)의 비결일 것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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