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 헬렌 레디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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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 헬렌 레디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 승인 2020-11-02 10:09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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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제공
정기휴가를 받고 모처럼 느긋하게 하루하루를 즐겼다. 단풍이 곱게 물든 산에도 갔다. 정상을 향해 한 발짝 한 발짝 오르면서 깊은 숨을 토해냈다. 코로나로 일상에서 마스크는 필수여서 숨을 제대로 쉬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청량한 공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숲길을 걷는 것이 이게 얼마만인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누리던 자연의 혜택이 이렇게 소중한 걸 코로나가 일깨워준다. 속리산 등산 다음날 친구 집에 갔다. 노곤고곤한 몸을 추스르고 친구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 스피커에서 희미한 멜로디가 흘러 나왔다. 라디오 프로에서 선정된 곡이었다. 귀를 기울였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ost였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거라 목이 메었다.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내가 그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그를 움직일 지, 나는 변했어요. 맞아요. 정말 변했어요...그는 남자예요. 그는 보통의 남자....그를 너무나 원해요. 그를 사랑해요.

나는 헬렌 레디가 부른 걸 제일 좋아한다. 몽환적인 목소리가 속삭이듯, 호소하는 듯, 애절한 목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이 노래를 고등학교 때 처음 들었다. 깊은 밤 잠이 들락 말락할 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필이 꽂혀 몸이 녹아내리는 느낌이었다. 당시 가사는 몰랐지만 한 남자를, 예수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란 건 어렴풋이 알았다. 그 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불안한 청춘의 시절이 떠오른다. 부모에 대한 반항과 미지를 향한 그리움, 몸의 변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시기 아닌가. 그를 어떻게 사랑할 지 난 정말 모르겠어.

2000여년 전의 실제 예수의 모습은 어땠을까. 성서로만 전해지는 예수는 다분히 신격화됐다. 뮤지절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다분히 실험적인 작품이란 평이다. 신격화된 예수와 그를 배신한 유다의 관계. 창녀 막달라 마리가 바라보는 예수는 한 남자로 그려진다. 그를 향한 사랑과 연민. 사랑의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없는 한 여인의 갈등과 고뇌 그리고 민중을 향한 예수의 사랑과 그를 따르는 유다의 심리적 갈등. 신을 향한 인간의 또다른 복잡한 심경을 우리는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단순하지 않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의 풍경에 시선을 꽂고 노래에 심취했다. 하루하루 견디는 삶의 고단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면서 이 노래를 들으며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어떻게 그를 사랑해야 하지?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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