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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광 이사장 |
코로나19는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던 우리네 일상을 앗아갔다. 그 빈자리에 랜선 생활이 초고속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어떤 이들은 직장을 잃었고, 눈물로 가게를 접기도 했지만, 오히려 기회를 잡은 이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 심술 때문에 사회적 약자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는 있으나,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온 나라가 나서야 한다.
또 다른 이슈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사회 초년병들에게 도전 기회가 점차 사라져 간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라 불리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 세대 중에는 직장을 가져본 적도 없이 나이가 들어 취업전선에서 밀려나고,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이 꽤 있다. 이들은 스스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로 3포 세대라고 불렀다. 요즘은 취업·내 집 마련·인간관계 등까지 포기했다 하여 N포 세대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한다.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어 기존 교육을 받은 세대는 앞으로 취직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취업 시장이 다시 활발해져도 언택트 생활에 익숙한 Z세대들에게 밀려 코로나 세대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포기해 '이생망'을 외치지 않도록 사회가 세심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의 이해와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다. 정부와 대학, 공공기관 등은 이들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실무교육과 인턴 프로그램, 인재활용 프로젝트 등을 많이 발굴해 지원해줘야 한다. 기업도 향후 채용 심사 시에 불가피했던 이들의 커리어 공백을 이해해주고 공정하게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걱정이 되는 세대는 아직도 한참을 더 배워야 하는 어린이들이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학교의 폐쇄로 전 세계 학생의 90%인 16억 명의 아이들이 교육에 지장을 받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학교 폐쇄는 나이가 어린 아이들과 극빈층 아이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한다. 학교가 폐쇄되면 아이들은 학업성취도 저하뿐만 아니라 인지·감정·사회성 발전이 지연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과 교감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 정서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교육 손실이 길어지면 평생에 걸쳐 인지력과 사고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학교를 폐쇄하기보다는 교대로 학습에 참여시키더라도 부분 개방을 하는 것이 더 낫다. 원격 학습은 학력 저하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계가 명확하다. 아이들은 현실에서 같은 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배움에 집중하고 정서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홈스쿨링이 성공하려면 컴퓨터와 인터넷, 조용한 학습 공간이 요구된다. 많은 가족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살아가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이러한 환경을 갖추기가 어렵다. 특히, 컴퓨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구진흥재단은 최근 관련 기관들과 함께 보유하고 있는 중고 PC를 보수·재생하여 취약계층 자녀들에게 기부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작은 관심이 주변 기관으로 확산됐으면 한다.
늘 그러했듯이 인류는 곧 변화에 적응해 살아남을 것이다. 어려운 파고를 여러 번 넘은 어른들은 어떻게든 또 살아낼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와 젊은이가 충분히 배우지 못하고 도전도 못 해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또다시 도전하는 실패자는 있어도 포기하는 젊은이는 없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
/양성광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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