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5년 전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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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25년 전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

  • 승인 2020-11-01 14:26
  • 수정 2021-05-09 22:36
  • 신문게재 2020-11-0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임병안
지난 주말 25년 전 부여간첩 검거작전을 지휘한 전직 경찰 김학구(84) 씨와 대전에서 1박 2일을 함께 보냈다. 부여간첩사건 25주기를 앞두고 부여 석성면에 조성된 경찰충혼탑을 찾아가고 싶다는 그를 현장까지 안내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었다. 그는 경찰충혼탑 앞에서 흰 종이에 직접 작성한 추모사를 읽으며 자신이 지휘한 작전에서 전사한 두 명의 경찰과 남은 유족에게 애도와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부여간첩사건은 1995년 10월 24일 부여군 석성면 정각사에 북에서 내려온 무장간첩 2명이 나타나 부여경찰과 32사단의 검거작전으로 간첩 1명을 생포하고 1명은 교전 중 사망했다.

작전 중에 부여경찰서 소속 나성주·장진희 경사가 간첩의 총에 맞아 순직했고, 동료 경찰은 어깨에 박힌 탄환을 14년 지난 2009년에서야 빼냈다. 또 다른 경찰은 총을 든 간첩과 몸싸움 끝에 생포하고 현재까지 지역경찰로서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취재하면서 사건을 접한 이후 풀리지 않는 궁금증이 있었다. 무장간첩이 나타난 곳이 왜 부여에 작은 사찰이었으며, 그곳에서는 어떤 작전이 전개되었던 것인지 말이다. 그래서 기회가 될 때마다 자료도 찾아보고 수소문한 끝에 닿은 사람이 그다.



김학구1
그는 1963년에 경찰에 투신해 퇴직까지 32년 8개월간 대공업무를 전문 수행한 베테랑이다. 그는 1980년 검거해 남한정부에 협조하기로 포섭한 고정간첩 봉화1호를 활용해 잔여 간첩을 끌어내는 작전을 기획했고, 경주 불국사 등을 고민하다 선택한 장소가 부여의 사찰이었다. 신자 왕래가 적고 마을과 떨어진데다 주변에 산도 깊지 않아 검거작전이 용이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서울시경과 안기부가 한 팀을 이뤄 부여 사찰에서 잠복에 들어간 게 1995년 4월이었다. 그리고 무장간첩이 예고 없이 찾아온 10월 24일까지 7개월간 처사와 객승, 고시생으로 위장한 채 사찰에서 생활했다.

부여사건에서 남과 북이 전쟁을 종료하지 못하고 휴전 중이며 분단의 상처가 무엇인지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전투가 벌어졌고, 남은 가족은 상처를 가슴에 품은 채 우리 고장에서 거주하고 있다.

부여간첩 검거작전을 지휘한 그는 경찰충혼탑에서 그리고 부여 사찰에서 당시 상황을 기자에게 소상하게 설명해주었다. 더 늦기 전에 증언하고 기록하는 게 순직한 두 경찰에게 바치는 애도이자 자신이 수행할 의무라는 사명감까지 전해졌다. 대화는 막차 시간이 지나도록 이어져 그는 대전에서 하루 묵었고, 덕분에 그가 원고지에 연필로 쓴 기록을 꼼꼼히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기자도 그에게 약속했다. 우리고장 학생들이 당시 사건을 이해하고 남북분단을 고민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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