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본부 송익준 기자 |
"현 청사의 공간부족 문제가 심각하다. 필요면적 대비 약 63% 수준에서 생활해 불편한 상황이다. 경제 관련 부처가 세종에 모여 있는 반면 중기부는 대전에 있어 여러 제약이 있다."(10월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솔직히 납득된다. 공간이 부족하고, 업무 효율도 낮다는데, 그럼 가야지 어쩌겠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나. '청'에서 '부'로 승격된 만큼 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으로 가는 게 모양새도 좋아 보인다. 그런데 지역 입장에선 완전히 다른 문제다.
공공기관의 '탈(脫)대전'은 지역경제와 직결된다. 당장 인근 상권 영향이 불가피하고, 인구 유출도 불 보듯 뻔하다. 중기부를 시작으로, 다른 기관들이 떠날 수 있는 전례가 될 수도 있다. 도시 경쟁력과 미래발전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시민들이 받는 충격은 크다. 온 지역사회가 들고일어났다. 너도나도 배신감에 휩싸여 '이전 불가'를 외치고 있다. 그럴 만하다. 모든 과정에서 지역은 철저히 외면당했기 때문이다. 밀실행정의 표본이자, 대놓고 지역을 무시한 '대전 패싱'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괘씸하지만,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중기부를 눌러 앉힐 방법 말이다. 그러나 감정적 대응만 난무한 상황이다. 대다수 "너희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반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절대 못 간다는 외침 뿐 중기부가 혹 할만한 대안이 없다.
내세운 이유들도 근거가 약하다. 먼저 거리. 대전이 세종과 가깝다지만,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길과장', '길국장' 해결을 위해 국회가 세종으로 내려오는 판이다. 이런 마당에 가까우니 가지 말라는 건 설득력이 없다. 업무 효율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두 번째 균형발전. 이 논리는 약발이 다했다. 공공기관 지역인재채용에 혁신도시까지 지정됐다. 여기서, 더 주장한다면 이기적인 고집이다. 대전은 이제 균형발전을 외칠 수준을 넘어섰다. 박 장관도 "대전은 혁신도시로 지정됐지 않느냐"며 되묻고 있지 않은가.
떼쓰고 어리광을 부릴 때가 아니다. 세련된 명분이 필요하다. 대전의 장점이 중기부 존재 목적과 맞닿아야 한다. 기술혁신과 벤처창업, 인재양성의 삼박자가 이뤄진다면 떠날래야 떠날 수 없다. 이를 위한 환경 조성과 구체적인 계획은 우리가 내놓아야 한다.
혁신도시 때도 '역차별'을 외칠 땐 우리만의 문제였다. 하지만 균형발전을 들고 나오자, 모두의 문제가 됐다. 냉정하게 생각할 시점이다. "섭섭하다"는 감정적 대응은 구식이다. 좀 세련될 수 없나.
서울=송익준 기자 igjunba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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