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기자 |
세종시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모임이 임대아파트와 같은 학군으로 묶이는 게 싫다며 집단 반발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진.
최근 세종의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 4-1 생활권(반곡동) 학군을 변경하는 내용을 담은 '2021학년도 초등학교 통학구역 행정예고'에 대한 반대 입장을 냈다.
학군에 임대아파트를 포함한다는 내용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들은 학군이 조정되면 학생 수가 늘어나 '콩나물 교실'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교통량이 증가해 보도하는 학생들이 위험하다는 점을 들면서 학군 포함은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했지만, 실상 반대의 이유는 가격하락에 있었다. 임대 아파트와 같은 학군에 묶이면 아파트 이미지가 안 좋아져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이 반대의 주 이유였다.
황당했다. 자신들의 아이들이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면 아파트 가격하락을 초래할 것이라는 그들의 생각이. 그러나 실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차별이 지속되자 정부는 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없애는 취지에서 '소셜믹스’(social mix)를 제도를 도입해 추진 중이다.
소셜믹스는 아파트 단지 내에 일반 분양 아파트와 공공 임대 아파트를 함께 조성하는 것으로, 사회적·경제적 수준이 다른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살게 함으로써 주거 격차로 인해 사회 계층 간의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공공주택지구의 경우 전체 주택 중 35% 이상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 하고, 민간이 주도하는 재개발·재건축의 경우에도 임대주택을 특정 비율 이상 공급해야만 건축 허가가 나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최근에는 전세난 해소와 차별 방지를 위한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할 정도로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노력들로 차별이 해소될까?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제도 도입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책을 추진해도 여전히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 단지에 소셜믹스 형태로 일반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를 섞어놔도 주민들 사이에선 "저쪽 동은 임대아파트, 이쪽 층은 임대 세대"란 이야기가 떠돌고 결국 차별화하기 위해 그들끼리 노력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저층부 임대주택 통행을 막기 위해 비상계단을 막은 서울 마포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사례처럼. 좋은 취지의 제도를 도입하고 추진해도 그들의 시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제도적 허술함보단 사회적 차별을 키우고 있는 것은 결국 알량한 '너희의 시각'이다.
김성현 경제사회부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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