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2강 여도지죄(餘桃之罪)

  • 문화
  •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42강 여도지죄(餘桃之罪)

장상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0-10-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42강: 餘桃之罪(여도지죄) : (먹다)남은 복숭아의 죄

글자 : 餘(남을 여)桃(복숭아 도)之(어조사 지)馬(말 마)

출전 : 淮南子. 說難(회남자 세난)

비유 : 애증(愛憎)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움.



유사성어 : 여도담군(餘桃啖君), 애증지변(愛憎之變), 망국지음(亡國之音)

전국시대(戰國時代)에 미자하(彌子瑕)는 미동(美童/예쁜 소년)으로 위(衛)나라 영공(衛靈公)의 총애(寵愛)를 받았다. 당시 위나라 국법에 따르면 임금의 수레를 허락 없이 타는 사람은 월형(?刑/발뒤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받게 되어 있었다.

어느 날 밤에 미자하는 어머니가 병이 났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급한 나머지 왕명이라 속이고 왕의 수레를 타고 집으로 달려갔다. 나중에 이 말을 들은 왕은 "과연 미자하는 어질구나. 효성이 지극하여. 어머니를 생각한 나머지 월형을 범한다는 것조차 잊었구나"라고 칭찬하여 말했다.

그리고 또 어느 날 미자하는 왕과 함께 과수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먹어 보니 아주 달아 다 먹지 않고 반을 남겨 왕에게 드시라고 바쳤다. 왕이 말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그 맛있는 복숭아를 나를 생각해서 다 먹지 않고 나에게 바치는구나."

그 후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자태가 점점 빛을 잃었고, 왕의 총애도 엷어졌다.

어느 날 미자하가 왕에게 아주 작은 죄(罪)를 짓자 왕이 말했다.

"이놈은 언젠가 몰래 과인의 수레를 탔고, 또 한 번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나에게 먹였다. 매우 버릇없는 놈이다"라고 하였다.

미자하의 행동에는 처음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예뻐 보일 때는 어질다는 소리를 들었고, 미워 보일 때는 죄를 얻었던 까닭은,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에게 총애(寵愛)를 받을 때는 지혜를 내는 것마다 왕의 마음에 들고 친애(親愛)도 더하지만, 왕에게 미움을 받게 되면 지혜를 짜내어도 왕의 마음에 들지 않고 죄가 되며 더욱 멀어지기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간언(諫言)을 하거나 논의(論議)를 하려는 선비는 군주의 좋아하고 싫어함을 미리 살핀 후에 직언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임금을 대하는 미자하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던 데 반해 미자하를 대하는 왕의 태도가 반대로 변(變)한 게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변한 왕이 문제인가, 아니면 변한 왕을 살피지 못한 미자하가 문제인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왕을 탓해야 소용없는 일이다. 그보다는 변한 상황을 눈치 채지 못한 미자하의 어리석음이 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前)정권의 모든 사업을 잘못된 정책으로 보고 일단 부패(腐敗)로 몰아붙여 사정없이 단죄로 다스리고 있다. 마치 취모멱자(吹毛覓疵/털을 불어서까지 하면서 허물을 찾다)를 연상하게 하는 대대적인 숙청행사를 치루는 듯하다. 곧 몇 년 후에는 자기도 똑 같은 경우를 당할 것인데 마치 자기네는 영원토록 완전한 사람인 듯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도지죄(餘桃之罪), 애증(愛憎)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교훈이다.

법(法)은 드러내야 하고, 술(術)은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한비자(韓非子)의 말이 마음에 다가온다.

곧 사랑할 때의 잣대와 미워할 때의 잣대 기준은 이처럼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것. 바로 이 진리를 깨닫는 자만이 훗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젊은이들이여!

사랑할 때는 상대방이 다소 혐오스럽고 이상한 짓을 해도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그러나 결혼 후 사랑이 점차 식어지면 좋은 충고를 하고, 또 아름답게 치장을 해도 오히려 기분을 해치는 분위기로 바뀌게 된다.

정치인들이여!

뇌물을 바치고 손바닥 비비며 접근할 때는 자기에게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뒤를 챙겨주는 선배정치인들이 그가 죄나 다른 잘못으로 감옥에 가면 챙겨주기는커녕 자기와는 인연이 전혀 없는 무 인연으로 취급하는 냉정한 현실을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명심해야 한다. 이 말, 여도지죄(餘桃之罪)!

인간이 사물을 대할 때 서로 상반된 견해가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가령 컵에 물이 반쯤 있을 때 A(긍정)라는 사람은 "어! 물이 아직 반이나 남았네!"라고 말하며, B(부정)라는 사람은 "에이! 물이 반밖에 없어"라고 말한다.

채근담(菜根譚)에 '性燥心粗者一事無成 心和氣平者百福自集(성조심조자일사무성 심화기평자백복자집) 곧 성격이 조급(躁急)하고 마음이 거칠은 자는 한 가지 일도 이룰 수 없고, 마음이 화평(和平)하고 기운(氣運)이 평안(平安)한 자는 모든 복이 저절로 모인다.' 이는 조급함보다 마음의 화평에 우선함을 이르는 교훈이다. 멀리보고, 관대해보자.

진리를 깨달으면 여도지죄의 난관에서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지혜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질 것이고, 여도지죄의 변을 빨리 깨닫는 자만이 사지(死地)를 벗어나는 길이 될 것이라는 것을…….

좀 더 멀리보고, 남에게 관대해보자.

장상현 / 인문학 교수

2020101301000791400027401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