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한민국에도 캥거루가 산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대한민국에도 캥거루가 산다

  • 승인 2020-10-26 17:11
  • 수정 2021-05-12 15:04
  • 신문게재 2020-10-27 18면
  • 유지은 기자유지은 기자
noname01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캥거루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부들부들한 털에 쫑긋한 귀가 한 번쯤 쓰다듬고 싶은 모양새였지만 의외로 전혀 귀엽지 않은 사이즈에 놀랐었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끌었던 건 캥거루 주머니에 대한 설명이었는데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다른 특징이기도 했지만 어딘가 소름 돋는 포인트였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자식을 위해서라지만 자신의 배를 늘리고, 그 안에 상당한 무게의 무언가를 지니고 다니는 건 절대 보통일이 아닐거다. 그게 아무리 수만년을 더한 진화와 적응의 산물일지라도! 분명, 엄마 캥거루는 고단해 보였단 말이다.

그러니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부모의 품에 있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 이름 붙인 건 꽤 자연스런 일이었을 거다. 단순히 엄마에 기생하는 아기 캥거루뿐 아니라 은연중에 힘들어하던 어미 캥거루의 특징까지 함께 담았으니. 그 덕에 2030세대는 사람으로 태어나 캥거루가 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2030세대인 나 역시 당연히 캥거루족이라는 불사의 트렌드를 피해가진 못했다. 사람이냐, 캥거루냐, 그 갈림길의 가장 큰 포인트였던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했으니까.

일단 내 상태를 보면 이렇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 수입이 있다는 게 곧바로 경제적 독립을 뜻하진 않는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집은 내 집이 아닌 부모 소유의 집이며 난 그에 따른 부가적 생활비를 내고 있지 않다. 즉, 주거적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다. 내가 생활비를 낸다고 해도 빨래, 청소, 식사 등 꽤나 많은 부분에서 독립하지 못한 상태인건 여전하다. 그렇다면 내가 집을 구해 기존의 집을 나가면, 그때는 완벽한 독립을 이루고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아쉽지만 아마 그렇지 못할 거다. 분명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구할 때쯤 다시 한번 부모의 도움을 받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할때쯤 또다시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실제 캥거루와 캥거루족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24시간 엄마에게 제 몸을 의지해 살아가던 아기 캥거루도 생후 1년이면 주머니 생활을 청산한다. 그런데 캥거루보다 훨씬 고등생물인 인간 캥거루족은 생후 1년은 고사하고 생후 20년을 책임지고 다시 또 20년을 책임져 달라고 외친다. 그러니 언제부턴가 캥거루족을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의 속사정이 이슈화 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자신의 자녀들이 캥거루 생활을 청산하길 바라는 거다. 하지만 누가 캥거루족의 마음을 알까. 이제는 태어난 그대로 사람이 돼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람구실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히 가장 인간이 되고 싶은 건 캥거루족, 바로 본인들이란 걸, 말이다.
유지은 기자 yooje8@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5.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1.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