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자립할 나이가 됐음에도 여전히 부모의 품에 있는 자녀를 캥거루족이라 이름 붙인 건 꽤 자연스런 일이었을 거다. 단순히 엄마에 기생하는 아기 캥거루뿐 아니라 은연중에 힘들어하던 어미 캥거루의 특징까지 함께 담았으니. 그 덕에 2030세대는 사람으로 태어나 캥거루가 됐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2030세대인 나 역시 당연히 캥거루족이라는 불사의 트렌드를 피해가진 못했다. 사람이냐, 캥거루냐, 그 갈림길의 가장 큰 포인트였던 부모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하지 못했으니까.
일단 내 상태를 보면 이렇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 수입이 있다는 게 곧바로 경제적 독립을 뜻하진 않는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집은 내 집이 아닌 부모 소유의 집이며 난 그에 따른 부가적 생활비를 내고 있지 않다. 즉, 주거적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다. 내가 생활비를 낸다고 해도 빨래, 청소, 식사 등 꽤나 많은 부분에서 독립하지 못한 상태인건 여전하다. 그렇다면 내가 집을 구해 기존의 집을 나가면, 그때는 완벽한 독립을 이루고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아쉽지만 아마 그렇지 못할 거다. 분명 결혼을 하고 신혼집을 구할 때쯤 다시 한번 부모의 도움을 받고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할때쯤 또다시 부모의 도움을 받게 될 테니 말이다.
실제 캥거루와 캥거루족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24시간 엄마에게 제 몸을 의지해 살아가던 아기 캥거루도 생후 1년이면 주머니 생활을 청산한다. 그런데 캥거루보다 훨씬 고등생물인 인간 캥거루족은 생후 1년은 고사하고 생후 20년을 책임지고 다시 또 20년을 책임져 달라고 외친다. 그러니 언제부턴가 캥거루족을 부담스러워하는 부모들의 속사정이 이슈화 되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루빨리 자신의 자녀들이 캥거루 생활을 청산하길 바라는 거다. 하지만 누가 캥거루족의 마음을 알까. 이제는 태어난 그대로 사람이 돼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사람구실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걸. 누구보다 절실히 가장 인간이 되고 싶은 건 캥거루족, 바로 본인들이란 걸, 말이다.
유지은 기자 yooj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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