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불안'은 계륵(鷄肋)이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불안'은 계륵(鷄肋)이다

  • 승인 2020-10-19 13:03
  • 신문게재 2020-10-20 18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소
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12일부터 1단계로 하향 조정됐다. 최근 2주 동안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평균 60명 미만으로 줄고, 감염 재생산지수도 1 이하로 떨어져 확산세가 꺾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정부 방침이다. 하지만 시행 첫날 아침 추석 발 확진자가 대전의 한 어린이집을 덮친 데 이어 같은 날 하루 동안 10명 이상의 추가 확진이 잇따랐다. 부산에서도 100명이 훨씬 넘는 신규 감염자가 요양병원으로부터 퍼졌다. 일시적 현상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방역 완화 방침은 무색해졌다. 손님처럼 잠시 머물다 가길 바랐던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을 세 번 갈아치우며 여전히 우리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맞이한 적 없지만, 이제 우리는 신출귀몰한 바이러스와 명운을 같이해야 한다. 코로나 뿐 아니라 겨울 손님 인플루엔자부터 예측하기 어려운 변종 바이러스 출몰까지… 인류의 상위 포식자와의 불편한 동거는 이미 시작됐다. 감염이 확인되는 순간 만천하에 발자취가 드러나고, 동선과 겹치는 상점들은 줄줄이 영업이 중단된다.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요주의 인물이 되기도 한다. 자동차 같은 차가운 성질에만 해당한다고 여겼던 '거리두기'는 따뜻한 체온이 감도는 사람 관계에 적용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전하기 위해 단행했던 방편들은 결국, 고립 위기감과 건강 염려증, 결벽증과 같은 '불안'을 기반으로 한 감정적 질병을 초래했다.

'불안(不安)'은 우리 삶에 필요한 정신적 징후 중 대표적인 감정체다. 사실 불안감이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 건 아니다. 불안은, 유사이전(有史以前) 생존과 진화에 유용하게 쓰이며 가장 효율적인 상황으로 끌어내기 위한 적응 방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는 더는 생존에 절대적인 감정 도구가 아니므로 작용을 줄이거나 멈추는 게 맞다. 그런데도 여전히 맹수와 싸워가며 먹을 것을 구하던 원시시대에 썼던 감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특히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DNA 속 잠자던 거친 본능이 깨어나 불안과 강박이 활성화된다. 병에 걸릴까 봐, 죽을까 봐, 잘못될까 봐…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불투명하고, 경험하기 싫다는 저항의 표현으로 불안이 전면에 나선다.

'불안'은 계륵(鷄肋)이다. 지나치면 모자람 만 못하듯 지금 인류에게는 효용 가치가 상실된 감정 중 하나다.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시대에 대비해 또 다른 의미로서의 생존을 위한 성숙한 감정이 필요한 때다.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라도 정서적 후유증을 감내하느라 긴 시간 상당한 고통에 시달릴 수도 개인의 문제가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를 갉아먹는 건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보다 두려움과 불안을 자아내는 마음작용 때문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5.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1.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