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추락은 어디까지? 대전하나시티즌이 24라운드 부천과의 홈경기에서 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대전하나시티즌) |
대전에 남은 경기는 3게임뿐이다. 25라운드 전남과의 원정경기, 26라운드 안양과 홈경기, 27라운드 경남과의 원정경기다. 남은 3경기에서 단 한 경기라도 패한다면 대전은 승격의 꿈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 남은 3경기를 다 이긴다 하더라도 전남, 서울, 경남 등 플레이오프 순위권 팀들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4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잡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올해 1월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며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은 수백억을 들어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했다.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가 폭발적인 피지컬을 과시하며 매 경기 득점을 기록했고 팀도 리그 1위 자리에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리그 중반으로 들어서면서 대전의 전력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경기마다 지적됐던 중원에서의 압박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고 안드레에 집중됐던 공격 전술도 상대 팀의 안드레 봉쇄 작전에 말려들며 득점이 나지 않았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은 대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빠른 역습에 선제골을 내주거나 극장골을 허용했고 반드시 잡아야 하는 홈 경기 승부처에서 연달아 패하며 반등 기회를 날렸다. 24라운드까지 대전이 홈에서 승리한 경기는 4라운드 안산전, 7라운드 전남전, 12라운드 전남전, 18라운드 부천전, 단 4경기에 불과하다. 12번의 홈경기에서 쌓은 승점이 고작 12점이다. 승점 33점의 절반 이상을 원정이나 홈 무승부로 쌓은 것이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힘이 되어야 할 구단은 초보 행정을 드러내며 연일 구설에 올랐다. 초대 사령탑 황선홍 감독은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믿음과 신뢰가 형성되지 않으면 좋은 팀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남겼고 이후 몇 경기를 치른 후 돌연 사퇴했다. 구단 수뇌부와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 감독이 떠난 자리는 조민국 전력강화실장이 감독 대행으로 메웠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학팀을 지도했던 감독이 돌연 '전력강화실장'이라는 직함을 맡았고 감독 대행으로 승진(?)했다. 결과는 1승 4패, 근본적인 문제 해결보다 땜질식 대처가 낳은 결과다. 부진한 경기력, 감독 사퇴, 시민구단 시절 반복됐던 문제들이 기업구단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구단 운영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수뇌부의 실정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팬들 역시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기력을 떠나 '이렇게 할 거면 왜 기업구단으로 전환했냐'는 비아냥이 줄을 잇고 있다. 방만한 운영으로 수많은 비판을 받았던 시민구단 실정의 DNA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일까? 너무나 안타까운 대전의 현실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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