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소제 모습. 활동가들의 베이스 캠프이자 지역민과 소통하는 공간이다. |
회의 중인 기록조사팀. |
소제동 전경. |
대전 동구 소제동 곳곳에는 노란색과 흰색 두 종류의 현수막이 나부낀다. 노란색은 철도관사를 보존하자는 목소리, 흰색은 일제 잔재를 철거하라는 내용이다. 보존론자와 개발론자를 상징하는 두 가지 색은 소제동을 상징하는 은어다. 최근 소제동 철도관사 4채에 대한 국가등록문화재 신청이 접수됐다. 이를 계기로 보존과 재개발 측의 대립과 갈등은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소리 없는 이 전장의 한 가운데서도 기록은 쓰이고 있었다. 묵묵하게 소제동의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는 현장으로 가봤다.
대전시는 2018년부터 '도시기억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개별건축물에 대한 기록화 사업과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에 대한 면 단위 조사가 핵심이다. 3년 차를 맞은 올해는 소제동과 삼성동 일원 기록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소제동 철도관사촌 기록화 총괄단장은 목원대 이상희 교수다. 이상희 교수는 2010년부터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소제동이 갖는 가치와 그 의미에 대해 알려온 장본인이다. 이상희 교수의 건축조사팀과 소제동을 중심으로 사진과 미술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이성희 작가, 대전의 스토리텔링 자원을 발굴해 온 김병호 씨, 정덕재 시인, 실향과 이주 장소를 상실한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온 신미정 작가, 에세이스트이자 가수인 이내 씨가 소제동의 기록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도시기억프로젝트는 조사 지역에 오픈 스튜디오를 설치해 현장에 보다 밀착한 활동과 지역주민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다. 오픈 스튜디오는 대전전통나래관 옆 부지에 설치돼있는 '컨테이너 소제'다. 조사팀의 베이스캠프이자, 소제동 주민, 그리고 소제동을 찾는 모든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다.
조사단의 목적과 활동은 단순하지만, 의미있는 작업의 연속이다. 2020년 현재를 기준으로 손이 닿는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건축, 경관, 사람들, 유무형의 기록 모두를 수집하고 조사해 기록으로 남긴다. 이상희 총괄단장은 ‘7080’시대 가옥의 실측도면과 모형을 제작하고 있고, 이성희·신미정 작가는 매일 소제동을 걸으며 변화하는 동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음악가인 이내는 소제동을 주제로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든다.
이상희 총괄단장은 "당신은 어느 편이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무수한 말이 오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말을 아끼고 정말 필요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실천은 지금 여기에서의 기록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팀은 현재 그간의 기록된 작업을 다듬는 작업 중이다. 연말까지 전시와 공연, 보고서 발간을 위한 과정이다. 다만 3년 차 '도시기억 프로젝트' 성과물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 영속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기록물이 될 것인가에 대한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이는 중도일보의 [대전기록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대전기록원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대목이기도 했다.
도시의 기록은 사계절 내내 소중하지 않은 날 없고, 가벼이 무너지고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 전문가도 그 장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도 빛나는 삶을 기록할 의무가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컨테이너 소제 전시공간 모습이다. |
기록조사팀이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
현장 조사와 촬영을 위해 밖으로 나온 촬영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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