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내부 공사중인 철도 관사촌 내부 모습. |
전문가들은 잇속을 위한 꼼수가 아니라면 ‘등록문화재’가 아닌 ‘지정문화재’로 신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고, ‘등록’만 할 경우 소유주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철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화재라는 타이틀만 얻은 채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곳이 중구 대흥동의 ‘뾰족집‘(대흥동 일·양 절충식 가옥. 국가등록문화재 제377호 )이다. 대흥동 뾰족집은 등록문화재 지정 2년 만에 대흥1구역 주택재개발조합 측에서 목조 뼈대만 남기고 철거해 논란이 일었다.
당시 재개발 조합은 어떤 논의 절차도 없이 철거 작업에 들어가 문화재 보호법 위반으로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관계자 3명은 300만 원의 벌금형으로 약식 기소되면서 뾰족집 훼손 논란은 일단락됐다. 등록문화재의 한계라 볼 수 있다. 뾰족집은 추후 복원됐으나 모텔촌 구석에 향(向)이 바뀐 채 이전됐고 등록문화재로서의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는 "소제동 또한 단위 문화재 등록보다는 큰 구역으로 가야만 대전역과 철도, 관사 그리고 원도심을 잇는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일반음식점 등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4채를 국가등록문화재로 신청했다는 점에서 '꼼수'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국가가 문화재의 중요성을 인정해주는 것으로 4채 가운데 1채라도 등록될 경우 소제동 보존의 명분이 생긴다는 전제조건을 파악한 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등록문화재 신청이 보존을 빌미로 하는 투기 명목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지울 수가 없다는 공통의 의견이다.
이와 함께 상업시설로 활용 중인 관사가 아닌 원형을 지켜낸 일반 관사가 등록 신청 대상에 포함됐다면, 이런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안여종 문화유산울림 대표는 "보존하는 것에 의지가 있고, 지역민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등록이 아닌 지정 신청을 하면 어떻겠냐고 4채 관사 소유주에게 제안했다. 지정문화재는 외곽경계로부터 500m 이내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59호 관사 소유주인 김승국 씨는 지난 14일부터 자택을 원상 복구하는 보존 수리에 들어갔다. 이 공간을 지역 미술가들이 활용하는 갤러리로 활용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
김승국 씨는 "한 달 정도 소요될 텐데, 59호 관사를 옛 모습 그대로 원형으로 보존해 모범적 관사로 만들겠다. 이후 이전이 아닌 현장 보존이 이뤄진다면 대전시나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동구청 관계자는 "현장심사 후 문화재보존심의위원들의 자료 보완 요청에 따라 현재 관사 소유주에게 의견을 전달한 상황"라고 진행 과정을 설명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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