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선물 같은 가을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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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보기] 선물 같은 가을하늘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 승인 2020-10-15 09:23
  • 수정 2021-06-24 14:00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이영우 대전미술협회장 배제대 교수
이영우 교수
정말 힘들고 긴 여름이 떠나고 코로나바이러스로 힘들게 보내고 있지만, 드디어 가을이 왔다. 올가을은 유독 파란 하늘이 자주 보여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넘실댄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일찍 일어나기가 어려운데 창밖에 파란 하늘에 깨끗한 풍경이 아침 일찍 일어나라 재촉하는 듯하다. 가을 하늘이 너무 맑고 아름다워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무뎌진 내 마음도 가을 하늘이 감동을 주는 걸 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지쳐있는 우리에게 가을 하늘은 분명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은 또 그렇게 적응을 잘하면서 마스크 속 세상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런 가운데 항상 그 자리에서 매력발산을 하는 가을 하늘은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하니까 더 예쁘다. 과연 가을 하늘이구나, 하며 탄성을 내지르기를 어언 한 달째 이어지니 감사할 따름이다.

먼 훗날 역사는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될지 모르겠지만 내 가슴에 2020년 가을 하늘은 잊지 못하리라.

집 앞의 하늘만 봐도 가을 느낌이 물씬 나는 요즘이다. 예전 하늘보다 더 깊어져 있다. 지난 일요일은 가을 하늘에 화가의 마음까지 빼앗겨 버렸다.

화가는 자청해서 공간에 들어가 있는데 가을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눈에 담아두고 스케치하기에 바쁘다. 무거운 마음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가을 날씨였다.

"가을아~오면 가지 말아라~" 어느 가수의 노랫말과 일치한 날이다. 아름다운 가을은 나의 사랑이 됐다. 사랑은 기다리는 것이라 한다. 가을 하늘이 그래 주니 일상의 행복이다. 내 허기진 마음의 목마름까지도 높고 높은 가을 하늘이 해소해 준다. 그리고 마음은 세상을 멀리하지만, 몸은 더 깊숙이 자연과 빠져 있다.

가을 구름도 참으로 기묘한 형상을 띄고 있다. 9월부터 11월 사이를 우리는 흔히 가을이라고 부른다. 천문학적으로 9월23일 추분에서 12월 21일 동지까지가 가을에 해당한다.

가을 하늘의 특징은 맑은 구름과 높은 하늘에 있다. 높은 이유는 대기의 기류가 여름보다 약해서 먼지가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비에 씻겨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공기 중에 먼지가 적어지고 낮은 하늘에서의 빛의 산란 또한 적어지게 된다.

또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것은 아주 높은 곳의 미세한 먼지들이 태양 빛과 부딪히며 빛의 산란 과정을 거치기 때문인데 태양 빛의 산란이 없다면 하늘의 색은 우리들의 눈에는 검은색으로 보인다 하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늦장마가 끝나고 나면 공기 중에 있는 먼지가 일 년 중 가장 적은 시기라는 점도 한몫을 한다고 하니 자연이 경이롭다. 자연의 변화 아니 계절의 변화를 보지 못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 힘들 것이다.

계절은 한 번 가면 오지 않는 것이 아니지만 기약할 수 없는 운명으로 살아가는 중년의 시간이 못내 아쉬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속살을 드러내는 가을 하늘은 정말 경이롭고 아름답다. 보고 있으면 아직 세상의 추한 마음을 품지 않은 젊은이 같다.

오래전 전업을 결심하고 습관처럼 그림을 그리던 때도 있었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불안해서 강박증까지 생겼던 시절이었다.

그림만이 위로가 되었던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힘겹고 무심하다.

지금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수로서 학교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일에 쫓겨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예전보다 못하지만, 세월은 그래도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지 그림 앞에 서면 늘 경건해진다. 갈수록 순수회화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모든 예술의 기본은 순수회화가 되어야 하기에.

나의 책임감은 크다. 아름다운 시절 젊은 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가을은 떠나가면 다시 온다. 길기만 한 코로나바이러스로 우울해진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선 가을하늘을 쳐다보고 눈으로 한참 동안 쳐다보라는 처방전을 내게 주도록 하자. 가을아~

/이영우 배재대 문화예술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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