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하고 있는 사적 건물을 문화재로 요청한 전례가 대전에선 없었던 데다,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라 전문가는 물론 대전시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대전시에 따르면, 철도관사였던 4채의 소유자가 최근 국가등록문화재로 등록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4채는 '풍뉴가'와 '16호 관사', '17호 관사', '51호 관사' 등이다. 이 중 풍뉴가는 카페와 음식점으로 영업 중이고, 16호 관사는 카페와 갤러리, 51호 관사는 문화플랫폼 공간이다. 퐁뉴가와 파운드의 소유자는 (주)소제호다. 16호 관사는 씨앤씨티(CNCITY)문화재단인 관사마을주식회사 소유이며, 51호 관사는 씨앤씨티 오너인 황인규 회장이 주인이다.
문제는 17호 관사와 51호 관사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영업 중인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16호 관사는 별채에 카페가 있다.
건축과 문화 전문가들은 상업시설의 문화재등록 가능 여부와 원형 보존 여부는 문화재등록 심의 과정에도 반드시 쟁점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국가등록문화재 신청과 지정의 핵심은 원형 보존이다. 일반적으로 외관은 75%가 보존돼야 한다. 내부는 천장 등 전반적인 골격이 살아있다면 문화재 등록을 위한 기본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재등록을 신청한 4채는 큰 골격만 살아 있을 뿐, 원형이 훼손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게 대다수의 이야기다.
대전시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심의위원들은 지난 13일 1차 현장심사에서 4채 모두 상당 부분 리모델링을 해서 원형과 대조가 필요하다며 원형과 리모델링에 대한 추가 자료를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부 교수는 "상업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해도 문화재 등록은 가능하다. 등록문화재는 보존과 함께 활용 여부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원형을 잘 보존하면서 상업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어느 정도 변형됐는가가 결국은 주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사 원형 문제와 함께 관사촌 보존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단체가 소유한 관사만 등록문화재로 신청됐다는 점도 매끄럽지 못하다.
관사촌 살리기와 등록문화재 신청은 결국 투기를 위한 수단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요섭 철도관사촌살리기운동본부장은 "우선 신청된 4채는 문화재 보존에 대한 의지이자, 소제동을 살리겠다는 취지"라며 "관사 소유주들을 설득해 향후 추가적으로 등록문화재로 신청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근대건축 전문가들은 소제동 보존이 하나의 목적이라면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안여종 문화유산울림대표는 "철도관사촌 보존이 목적이라면 등록문화재 신청이 아닌 지정을 하면 된다. 지정은 더욱 강력한 조치다. 이는 건물 하나가 아닌 건물과 주변 반경까지 보존하는 것으로 관사촌 살리기를 주장하는 단체의 목적과 행동이 하나로 귀결되는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근대건축 전문가는 "현재 소제동에 필요한 것은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어떻게 하면 원형의 모습을 남길 수 있느냐다. 이를 위해서는 실측을 통해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일반 관사촌을 우선적으로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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