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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기라는 캠핑에 나도 입문했다. 몇 달 전 친정 동생들이 가는데 마스크 하나 쓰고 따라갔던 게 첫 캠핑이었다. 몸은 너무 고되고 화장실도 불편해 돌아오는 길엔 다시는 이런 걸 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새벽녘 자장가처럼 들리던 파도 소리, 지글지글 구워 먹은 삼겹살, 어릴 적 불장난이 떠오르던 '불멍'(모닥불 보면서 멍~ 하고 있기)은 잊을 만하면 생각났다.
나는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부류에 가깝다. 꼬맹이들과 자유여행은 고행이기에 매번 "내가 다시 오나 봐라" 하면서도 돌아오는 길에는 또 다음 여행 티켓을 검색하고 있는 게 내 모습이다. 하지만 코로나 여파로 1년 가까이 여행다운 여행을 못가고 있었다. 이런 내게 '코로나의 제약' 속에도 훌쩍 갈 수 있는 캠핑은 끌리기 충분했다.
때마침 텐트를 선물 받았다. 테이블과 의자, 침낭, 버너, 코펠, 전기담요, 릴 선 등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바리바리 싸 들고 두 번째 '진짜 캠핑'을 갔다. 처음 텐트를 처음 치다 싸우고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더니, 우리 역시 '파국'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노지가 아닌 유료로 운영되는 곳이라 체온체크 및 공용공간 소독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지고 있었고, 사이트마다 경계가 구분되어 있어 아이들과 캠핑하기에 안심할 만했다. 뭐니해도 즐거운 캠핑을 위해선 방역이 최우선 아닌가.
흔히들 캠핑하면 '갬성(감성의 다른 말)'이고, 갬성하면 또 '조명'이라길래 전구도 달고 랜턴도 켰다. 남편과 나는 귀찮고 불편한 게 딱 질색인데, 나름 운치가 있고 오히려 즐거웠다. 우리를 좀 아는 사람들은 캠핑을 갔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워한다. 한 동생은 "뭐? 깔끔쟁이 형부가 캠핑을 갔다고? 더러움에 초연하지 않으면 캠핑 못 가는데…"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제 막 세 번째 캠핑을 다녀온 후다. 일곱 살 막내는 캠핑에서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니 "밤에 별을 보는 게 좋았다"고 대답해 날 놀라게 했다. 큰 아이는 "삼겹살이 맛있어서" 또 가고 싶다고. 쏟아질 것 같은 별, 나무, 바람, 풀벌레 소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가족과 행복한 추억을 쌓고, 모닥불에 일상의 힘듦을 태우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몸은 천근만근인데도 자꾸 장비를 채우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캠핑의 매력을 알아버린 것 같다. 나의 '외박'은 겨울바람이 불기 전까진 계속될 것 같다. 반갑다, 힐링 캠핑.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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