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산촌마을과 자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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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산촌마을과 자연인

노황우 한밭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 승인 2020-10-11 08:53
  • 수정 2020-10-11 11:28
  • 신문게재 2020-10-12 1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노황우 교수
노황우 한밭대 교수
요즘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을 자주 본다. 이 프로그램은 2012년 첫 방송 뒤 9년째 이어오는 장수프로그램으로 종합편성채널에서 최고 시청률이 7%에 이르는 인기프로그램이다. 내 주변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 다만 반응은 한 번 보고 안보는 사람과 계속 보는 사람으로 극단적이다.

한 번 보고 안보는 사람은 자연인으로 나오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고 계속 보는 사람은 그들의 인생에서 자기만족 하거나 모든 것을 버리고 무소유의 삶을 선택한 자연인에게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나도 아무도 살지 않는 산속이나 섬과 같은 오지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집을 짓고 농사와 채취하고 사냥한 것으로 요리하며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자연인들을 보면 힐링이 되고 대리만족이 된다.

특히,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은 날은 더욱더 그렇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과 드라마와는 다른 사실감과 드라마틱한 인생을 엿볼 수 있어 좋다. 또 남자들이 좋아하는 사냥과 집짓기, 약초, 건강, 운동, 요리 등의 취미가 있고 개그맨들이 출연해 예능적인 요소도 있어 재미를 더한다.



자연인이 되게 된 사연을 보면 예전에는 사업실패, 결혼 문제 등 사람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현실도피를 위해 선택한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건강을 치료할 목적이거나 자연의 삶을 동경해 선택한 예가 점점 늘고 있다. 도시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일이 주는 스트레스보다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의 삶을 선택한다는 것은 생각뿐이고 실천하는 데는 엄청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한 일로 절대 쉽지 않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지적 통계 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토면적 10만401㎢ 중 임야는 6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를 겪으면서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나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귀산촌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 최근 3년간 지속해서 임야를 소유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산에서 화전 밭을 일구고 살던 산촌마을의 자연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1966년에 제정된 화전정리 관련법이 공포됨에 따라 전국적으로 산촌마을에 흩어져 살고 있던 수만의 가구가 마을로 이주해 '독가촌'을 이루고 살게 되면서 산촌마을과 자연인들은 사라졌다. 화전정리 관련법은 당시만 해도 '무장공비'의 출현이 잦았던 시기라 정부로서는 외딴곳에 살고 있던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화전민 이주를 위해 제정된 법이었다. 그러나 세월은 흘러갔고, 세상도 많이 바뀌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 고령자 통계'를 보면 올해 65살 이상 고령 인구는 821만5천 명으로 전체 15.7%를 차지했고 고령 인구 비중은 앞으로 계속 늘어나 오는 2025년, 1051만 명에 달해 전체 인구 5분의 1을 차지하는 초고령화 사회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65살 이상 인구를 뜻하는 '노년 부양비'는 올해 21.7명이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영향으로 오는 2060년에는 91.4명에 이를 전망이다.

또한 올해는 베이비붐 세대인 1960년생 88만 명이 은퇴 연령에 들어가는 해이고 앞으로 매년 90만 명에 가까운 인구가 은퇴할 예정이다. 준비 안 된 노년은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들에게 귀산촌은 대안처럼 떠오른다. 자연인이 되는 것은 많은 중장년의 로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우므로 산촌을 주제로 한 새로운 귀산촌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지자체는 은퇴자들을 산촌마을에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며, 국가도 자연을 보전하면서 추진할 수 있는 법 개정이나 산촌개발사업을 시작할 시기로 판단된다. 수도권에 사는 은퇴자들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시켜도 지방 공동화와 수도권 과밀화 개선도 기대할 수 있으며 지역경제 활동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노황우 한밭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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