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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41)씨는 후배들과의 대화 도중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후배들이 일상처럼 사용하는 신조어를 도통 이해할 수 없어 대화조차 낄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씨는 "후배들이 하는 말을 알아 듣지 못해 인터넷을 찾아 뜻을 이해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74돌을 맞았지만 무분별한 신조어 사용과 외계어, 은어, 비속어 등이 한글날 제정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거리 곳곳에는 영어식 간판이 난무하고, 최근에는 인터넷이 일상화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우리 고유의 한글이 변형돼 사용되는 등 한글파괴 현상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남용이 심각한 상황이다.
레알, 루저 등 외국어를 통째로 가져다가 본래의 뜻에서 변형돼 실생활은 물론 인터넷과 SNS 등에서 사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신조어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이미 청소년들 사이에는 일상 언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공공기관과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들 역시 다양한 사업 이름에 있어 고유의 한글이 있음에도 외래어를 사용해 마치 줄임말처럼 사용하는가 하면, 공공기관이 작성하는 공문서에는 쉬운 한글보다 외래어를 사용하는 사례 등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실제 로드맵, 인프라, 워크숍 등의 단어들이 한 예다.
이런 한글파괴 현상은 청소년들에게는 자신들의 세대 문화를 이해해주지 않는다는 거리감을 낳고, 가족과 사회 구성원들에게는 소통단절의 벽을 느끼게 하면서 세대 간 갈등의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인터넷·스마트폰 사용 연령층이 점점 낮아지고 노출빈도는 잦아 또래문화로 정착한 잘못된 언어습관이 평생 이어질까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백승호 한남대 한국어교육원장(국문과 교수)는 "최근 신조어가 자칫 세대 간, 집단 간 소통을 단절시킬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한국어는 이제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언어인만큼 올바른 우리말 사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올바른 우리말 사용을 강조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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